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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S] 김창성 기자 17.04.23 

 

민간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가 반년째 이어진다. 피같은 국민 세금으로 모인 국가 예산이 사리사욕 추구에 사용된 상황을 알게 된 국민들은 충격과 상실감에 휩싸였다. 비단 최순실 사태가 아니라도 국가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0여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분석해 조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예산 낭비의 시작이 경제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된 잘못된 방향 설정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경제 살리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요즘 오히려 경제 분야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정 소장을 만나 예산 편성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사진=김창성 기자

◆경제 분야 예산 집중 수정해야 

“국민소득이 300달러 수준이던 1970년대는 경제분야 예산 집중이 당연했지만 3만달러 수준인 지금은 오히려 줄여야 합니다.” 

정 소장은 경제분야에 과도한 예산이 집중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정 소장의 말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알기 쉽게 식사비 지출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300달러를 벌 때 식비로 100달러를 썼는데 3만달러를 버는 지금 똑같은 비율인 1만달러의 식비 지출을 상상해보라는 것. 많이 벌면 그만큼 고급 음식을 먹을 수 있겠지만 매일 고급 음식만 먹는 건 오히려 과소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분야에 전체 예산의 30%가량을 집중하는 과도한 예산 편성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며 “우리나라 낭비예산의 핵심은 대부분 경제분야인 만큼 이 분야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예산 낭비를 막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분야 예산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기관을 상대로 예산 편성에 대해 단순한 조언을 넘어 지적과 채찍질도 서슴지 않았던 그 역시 경제예산 줄이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자 과제라고 말한다. 가장 큰 난관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라고 정 소장은 지적한다. 그가 말한 관료사회는 어떤 구조적 문제를 품고 있을까. 

◆변화 거부하는 관료사회 개혁 해야 

우리나라 관료사회는 대체로 변화를 두려워한다. 각 부서별로 칸막이를 설치해 자기 영역의 이익만 추구하려 한다. 농업, 중소기업·에너지·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정부와 국회·기업 등이 얽혀 서로의 이익 추구를 위한 예산 편성에 목을 맨다.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 관료사회는 각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정부·국회·기업 등이 얽힌 구조적 정경유착에 각종 비리는 부록으로 딸려가는 기막힌 구조”라며 “과도한 경제 분야 예산 지출을 줄이려면 관료사회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하지만 서로 밥그릇을 놓치지 않으려 하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며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인 이유는 하던 걸 바꾸면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마치 대기업 한곳이 흔들리면 국내 경제 전체가 휘청일 것이라는 생각과 비슷하다. 따라서 시대가 변해도 예전에 하던 걸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곳에 매년 예산이 투입된다.

정 소장은 “관료사회가 변화와 함께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업이 중단돼 예산이 끊기는 것”이라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시대에 아직도 총액 기준 세계최대의 석탄보조금을 주는 우리나라 예산 편성 구조를 보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지었다.

이어 “1%의 기득권을 위한 경제분야 예산 편성 때문에 미래 신재생에너지나 복지 등 정작 필요한 곳에는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다”며 “나는 이 같은 구조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예산을 분석하고 지적하며 관료사회의 의식변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무심과 호기심’의 자세로 일한다 

관료사회 구조 개혁을 주장하며 그들의 의식 변화에 힘쓰는 정 소장은 시민단체 활동 시절에도 주로 예산감시 활동에 집중했다. 특히 예산을 낭비한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한달에 한번씩 36개월 동안 ‘밑 빠진 독 상’을 꾸준히 수여하며 관련 보고서도 발표했다.

실제로 상만 준 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을 16번이나 중단시키는 성과도 냈다. 한 지자체는 예산 편성을 꼼꼼히 분석해 지적한 정 소장 덕에 불필요한 예산을 10%나 삭감했다고 한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국가 예산에 의존하는 정부 산하 조직만 5000개나 됩니다. 불필요한 곳으로 언제든 돈이 새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죠.”

정 소장은 그들에게 본인은 눈엣가시겠지만 열심히 발로 뛰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서 성과를 낼 때마다 뿌듯하다며 웃었다. 

특히 그를 뒷받침한 철학은 ‘무심과 호기심’이다. 그는 예산 관련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 등 성향을 떠나 철저하게 사안 자체만 놓고 분석한다. 쉽게 말해 편견을 버린다.

그는 “1% 기득권이 주장하는 틀에 갇혀 아직도 옛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사회의 예산 편성을 편견 없이 바라보며 경종을 울리는 것이 나의 막중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편견을 접고 사안 자체만 집중하다 보니 특정 계파에 속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정 소장. 그는 예산 분석을 통해 얻는 성과와 보람은 달콤한 열매를 맛보는 것과 같다며 미소 지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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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17.04.20 백슬기 기자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


[주요 발언]

- 대선후보 공약, 문제와 지출구조 조정 방법 등 구체적인 것 없어

- 대선후보, 솔직하게 증세해야...아니면 빚만 늘 것

- 유승민·심상정만 증세 언급...文·安, 지지율 우려해 언급 피하는 듯

- ‘증세 없는 복지’와 ‘삭감 계획 없는 지출구조 조정’은 허구

- 증세 방법 설득하는 후보에 관심 가질 필요 있어


[인터뷰 전문]

어제 TV 토론회 지켜보셨겠지만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포퓰리즘이다. 두루뭉술하다. 재원대책이 없다.” 이런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진짜 있는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집행할 수 있는지 공약의 재원대책을 검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예산을 분석하고 감시하는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연결합니다.



▷ 정창수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예산을 감시하는 곳이죠.

▶ 네. 주로 쓰는 것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 이제 대선후보들 10대 공약이 다 나오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소장님께서 공약 별로 재원조달 방안 눈여겨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 전반적으로 평가를 해 주신다면요.

▶ 전반적으로 이전에는 거의 숫자가 나오지 않아 가지고 평가조차 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며칠 사이에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부족한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어떤 점이 부족합니까?

▶ 기존 예산이나 회계조정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인 게 많이 없어서 어떤 게 문제였고 그것을 어떻게 회계를 조정하고 지출구조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일단 일자리 문제만 놓고 보면 국민 모두의 관심공약이니까. 모든 후보가 거의 1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 문재인 후보만 놓고 보면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 5년간 20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예산이 이것을 조달할 방안이 있습니까?

▶ 문제는 조달방안 이전에 기존에 쓰고 있던 돈이 어떻게 쓰고 있고, 어떻게 문제가 있는가를 얘기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대부분 정부에서 돈을 쓸 때에는 숫자에 집착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넘어서려면 괜찮은 일자리 중심이 되어야 되고, 또 하나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일자리를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게 가능한 것이냐. 그리고 그것을 통한 재원은 가능한 것이냐 했을 때 그런 부분들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 없이 그냥 숫자만 얘기한 것은 기존에 얘기한 것과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우려가 있습니다.



▷ 그러니까요. 숫자만 81만 개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재원조달을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부족한 측면이 있죠. 아무래도.

▶ 네.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제가 볼 때에는 기존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조정을 해야 하거든요. 분명히 증세는 분명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논리대로라면.



▷ 그리고 후보 다섯 명 모두 ‘노인기초연금 월 30만 원씩 지급하겠다.’ 이런 공약 하지 않았습니까? 복지부 연간예산을 보니까 58조 원인데 지금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5년간 많게는 15조 원 넘게 추가예산이 필요한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증세와 지출구조 조정이 항상 돈 마련의 핵심인데요. 증세에 대해서 모호하게 얘기하고 지출구조 조정에 대해서는 무엇을 줄일 것인지 얘기가 없다고 한다면 효율성이 없는 것이고요. 만약에 그것을 얘기하고 설득을 한다면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금 이런 공약들이 구체적인 게 없으니까 저희도 얘기를 해 봐야 별무소용이네요.

▶ 네. 제가 볼 때에는 뭘 쓰겠다는 것은 구체적인 개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게 없는데요.

저는 후보들이 솔직하게 증세를 하고 또 증세 전에 지출구조 조정을 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돈만 늘어나고 문제점이 계속 확대되기 때문에 뭘 줄여야 할지 얘기해야 하는데 뭘 줄이면 반발이 있으니까 말을 못한다. 제가 많이 논의를 해 보면 뭘 줄여야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있더라도 그것을 발표하지 못하고 그러면 결국은 약속한 게 없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도 조정을 못하게 되겠죠. 빚만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65세 이상 노인기초연금 인상, 이것하고 지금 아동수당을 신설하겠다. 이런 공약들이 많아요. 그래서 보육수당과 별도로 월 10만 원에서 15만 원 아동수당을 주자는 이런 것인데 노인기초연금도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고 아동수당도 10만 원에서 15만 원 주고 주는 것은 좋은데 이게 지금 재원만 11조 원에서 12조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어요.

▶ 우리가 복지도 적고 세금이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죠. 얼마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 필요한 것에 대해서 동의를 구하는 것이고 선거를 통해서 확인받으면 올리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얘기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올릴 수 없고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면 결국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게 순서이죠. 진실이죠.



▷ 지금 국가채무가 사실 1400조 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나랏빚이 상당히 많은 상황인데 그래도 그나마 후보들 가운데 재원조달 방안이라든지 공약가계부라고 하나요. 그중에 상대적으로 제대로 마련했다. 이런 후보가 누구입니까?

▶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투명하게 증세 필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중 부담 중복지를 얘기한 것 자체가 지금 저부담이기 때문에 부담을 올리겠다는 것이니까 솔직하게 얘기를 해서 국민들이 반대하면 반대하는 대로 찬성하면 찬성하는 대로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심상정 후보는 복지목적세라고 그러더라고요.

▶ 사회복지세.



▷ 복지에 쓰기 위한 세금을 신설하겠다고 얘기하셨고 방금 말씀하신 대로 유승민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를 내걸었는데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왜 이렇게 증세에 머뭇거리는 것입니까?

▶ 처음에는 증세 얘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일 앞서다 보니까 혹시 또 그것을 얘기해가지고 피해를 입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비과세감면 조정이라든가 실효세율 조절 이런 얘기 속에 증세가 들어있거든요.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것이죠. 모호하게 얘기하면서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서 제가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 비판적인 질문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의 질문을 드려볼게요. 자강안보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국방비를 GDP 3%까지 증액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만 해도 5년간 10조 원이 필요하고요. 방산비리 근절, 세출예산 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비리근절하고 기존 예산 조정으로 2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 이런 비판이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 구체적인 계획이 있고 의지가 있으면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그게 어떤 게 문제가 있고 그래서 어떻게 고치겠다는 것을 소명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그것을 개혁할 수 있는 동력은 없거든요. 지금 국방세력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처음부터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개혁조차 할 수 없다. 이게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들을 뽑아봤을 때 지금까지 나타났던 현상이기 때문에 그런 구체적인 뭘 줄일지, 뭐가 문제가 있고 무엇을 줄일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마디로 얘기하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다.’ 이렇게 받아들여도 됩니까?

▶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고 그리고 ‘구체적인 삭감계획 없는 지출구조 조정도 허구이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그러니까 증세를 얘기하면 국민들이 세금 더 내라고 그러니까 사실 싫어할 테고요. 사실 후보들이 많이 준다고 했을 때에는 많이 낼 각오를 유권자들이나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맞습니다. 그래서 많이 낸다고 했을 때 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설득하는 후보가 후보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까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모든 후보가 다 내세웠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니까 올리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일부 부담이나 충격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 기업이나 민간 쪽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 그런데 그것 때문에 계속 못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고요. 하기는 해야죠.

다만 충격이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예를 들면 여러 가지 방식들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일부를 보조를 한시적으로 해 준다거나 아니면 청년수당이나 이런 것들이 고용되면 더 부담해 주는 그런 식의 것이라든가 하는 것을 하게 되면 한계상태에 있는 자영업자들한테는 잠시 완충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실 만한 것은 없습니까?

▶ 아까 말씀하신 대로 공짜는 없으니까 정확하게 우리가 새로 얻는 이익과 부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후보들이 누구인지를 계속 관심을 가지고 촉구를 할 필요가 있고요. 후보들은 아무래도 솔직해져라. 솔직해지지 않고 좋은 얘기만 쏟아내서는 결국 나중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한테 올 수밖에 없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후보자들도 자세를 바꿔야 하고 국민들도 그것을 더 유심히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후보들이 복지가면을 벗고 좀 솔직하게 증세도 얘기하고 당당하게 “국민 여러분! 조금 세금 올리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그렇죠?

▶ 네. 맞습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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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최영태 편집국장  2017.01.05

 

cnbnews 

▲최영태 편집국장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최순실 일당이 어떻게 국가 예산을 요리했는지를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가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한 벤처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나랏돈 2억을 받는 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심사관에게 혼나고, 사무실로 심사관들이 현지조사를 나오고 등등. 내가 최순실을 알았다면 그 고생을 안 했을텐데…. 내가 최순실을 알았다면, 우리 회사처럼 신기술-신사업을 개발하는 곳을 대수비(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좋은 기술과 기획의도를 가진 벤처기업’이라고 언급하게 한 뒤, 이걸 근거로 ‘VIP 관심 사업’이라며 수십 억 정부지원자금을 타낼 수 있었을텐데…”라는 말이었다. 

“연설문 수정은 취미가 아니라 돈벌이 행위였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것을 ‘취미생활’인 것처럼 말했지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돈을 만드는 경제 행위’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연설 중에 특정 사업을 언급하면, 관련 정부 부처는 예산 신청서에 이를 ‘VIP 관심 사항’이라는 표기해 올리고, 그러면 예산 배정 부처인 기재부는 ‘전액 OK’ 도장을 찍어주는가 하면, 때로는 증액까지 하는 놀라운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2017년 정부 예산안에는 ‘VIP’라는 표현이 무려 546군데나 등장한다. 특히 최순실 일당이 집요하게 파고든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예산에는 이 표현이 많다. 문체부 예산안에 87번, 미래창조부 예산안에 90번이나 된다. ‘VIP 발언’을 핑계삼아 관료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창조하거나 기존 사업을 지키는 게 관행이었다. 최순실 일당은 그저 이 관행에 자신들을 슬그머니 집어넣으면서, 발원지인 ‘대통령 연설’을 직접 챙긴 것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된 뒤 처음에는 연설문 수정 시비가 걸리더니, 그 다음에는 성형시술, 세월호 7시간 등으로 시비가 달리고 있다. 헌데, 정창수 소장의 지적에 따르면, “그런 문제에 매달리는 동안에도 1조 4천억의 최순실 예산은 착착 굴러가면서 예산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2015~2017년 예산서를 “변태처럼” 뒤져가며 발견해낸 최순실 예산은 1조 4천억 원이나 된다. 뒤늦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 국회에서 2017년 예산 중 최순실 예산 1300억을 깎았냈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5200억 원 상당 사업은 계속 굴러가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하루 더 버티면 하루 더 예산 집행되니

 

 

이 책을 읽으니 비로소 알게 된다. 왜 최순실 일당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지를. 농단의 정황이 증거와 함께 상당히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최순실 일당은 “서로를 절대 모른다”고 버티며 시간을 끌고 있다. 대통령 역시 “즉각하야 하라”는 국민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하루를 더 버티면 그만큼 예산 집행은 하루만큼 진전된다. 한 달, 두 달을 더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에 따라 최순실 예산의 집행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최순실 일당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부처에 사람을 박아 넣어서 이들이 ‘VIP 관심 예산안’을 올려 기재부를 통과시키고 집행하도록 했다. 최순실과 극히 일부가 현재 붙잡혀 있지만, 최순실이 박아 넣은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정부부처 곳곳에서, 그리고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문화체육부와 미래창조부 산하 기관-단체들에서 암약하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박근혜가 버텨줄수록, 그리고 화제가 성형수술이나 세월호 7시간 등 ‘사회 문제’ 쪽으로 달려가면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들 ‘최순실 키드’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예산 집행 날짜를 하루하루 고대하면서 대활약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체→존치로 바뀐 강릉빙상장을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또는 
이규혁의 스포츠토토 빙상단이 
100년간 무료임대해 운영한다고?  

정 소장은 ‘최순실 예산’의 대표적인 예로, 강릉빙상장을 들었다. 2018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어지는 이 시설은 원래 경기 뒤 해체하기로 돼 있었다. 올림픽 경기장은 짓는 데도 돈이 많이 들지만, 경기 뒤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유지-관리비로 엄청난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 뒤 해체로 결정됐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빙상장은 지난해 4월 갑자기 ‘경기 뒤 존치’로 변경된다. 그리고 최순실이 아끼는 조카 장시호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든다. 그리고 그 뒤 대통령이 주재한 2016년 7월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수출 촉진을 위해 열던 행사를 박근혜정권 들어 34년만에 부활시킨 행사)는 현행 25년으로 돼 있는 체육시설의 프로구단에 대한 임대 한도를 50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한번만 계약을 더 연장하면 무려 100년간 프로구단이 지자체가 지은 문화체육 시설을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은 2016년 4월 4일 문화체육부 시행령에 이미 일부가 반영됐다. 

▲새해 햇살을 받고 있는 강릉의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빙상 경기 시설들. 당초 대회 후 철거가 예정됐던 이들 시설은 영구존치로 변경됐으며, 그 배후에 최순실 일당의 돈벌이 구상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가나 지자체가 지은 체육시설을 프로구단이 임대해 사용할 때는 비록 지역 연고 구단일지라도 공유재산법에 의해 사용료를 시가의 1% 수준에서 받도록 돼 있었으나 이를 0.1%로 10분의 1로 대폭 낮춰주고 연 4회 분할납부를 허용하겠단다. 지역 연고 구단이면 그것도 받지 말고, 경기장을 수리보수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이를 고쳐주겠단다. 사용허가를 받은 구단은 다른 자에게 운영권을 재임대할 수도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도민일보는 작년 11월 8일자 기사를 통해 ‘강릉빙상장의 영구 존치 결정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으며, 앞으로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운영을 맡고, 강릉 연고의 스포츠토토 빙상단(단장 이규혁)이 훈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구상’이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앞으로 최장 100년간 이 최고급 시설을, 유지-보수비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시키면서, 그리고 지역 연고 프로구단이므로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자기 시설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00년이라면 대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더구나 운영권의 재임대를 보장해 준다면 강릉빙상장 운영권을 따낸 뒤 이를 K스포츠재단에 재임대하면 K스포츠재단이 운영을 맡거나 다시 재벌 기획사에게 재하청을 맡기면서 이익을 곶감처럼 빼먹을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

강릉빙상장의 영구존치 결정과 
강릉 소재 스포츠토토 빙상단의 창단, 
그리고 지역 프로구단에 대한 새 특혜는 무관할까 

이와 더불어 강릉시는 문체부가 지정하는 ‘스포츠도시 육성지’로 선정돼 향후 3년간 지원금 60억 원을 받게 됐다. 이 돈의 일부가 강릉 연고의 스포츠토토 빙상단 또는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보답 차원으로 돌려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최순실과 예산도둑들’ 책은 지적했다.  

강릉 이외에도 부산, 광주, 남원은 ‘K스포츠클럽 광역거점 대상지’로 선정됐다. K스포츠클럽은 전국 220곳에 스포츠센터를 공공자금으로 짓는 대 프로젝트다. 정창수 소장은 “이를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올림픽 강릉 빙상경기장의 영구존치와 강릉 시의 스포츠 육성도시 지정 등과 관련해 수혜 예상자로 거론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대표 장시호 씨(왼쪽). 비록 지금은 구치된 몸이지만, 1조 4천억 ‘최순실 예산’이 빵빵하게 돌아가는데 이들 최순실 일당의 장래는 정말 어둡기만 한 것일까? (사진=연합뉴스)


K스포츠클럽 구상은 이름까지 K스포츠재단에 딱 맞도록 기획작명 됐다. 이 시설들은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지어지며, 이 220곳의 운영권을 K스포츠재단이 거머쥐려 한 정황이 있다고 정 소장은 지적했다. K스포츠재단이 운영권을 거머쥔 뒤엔 재벌 산하의 기획사에 하청을 줘 실제 운영을 맡기고, 수익금은 최순실 소유의 개인회사 더블루K로 흘러간다는 구상이란다. 수백~수천억 원의 건설비는 정부-지자체가 대고, 그 건설 사업을 재벌이 맡아서 돈을 챙기고, 소소한 수리-유지 비용도 정부에 떠맡기고, 수익금은 최순실 일당이 챙기는 참말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최순실 일당의 스포츠 관련 돈벌이 사업은 김종 전 문화부 제2차관이 도맡았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김종이 K스포츠재단에 돈을 넣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재벌들로부터 직접 출연을 받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정부 예산으로 채우기였단다. 그래서 2014~2017년 사이 스포츠산업 활성화 지원 예산은 무려 21배나 늘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그리고 책은 지적한다. “김종 키즈들이 계속 남아 대활약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2017 ‘최순실 예산’을 받아먹을 이 누구인가?
‘최순실-김종 키드’들은 어둠 속에서 때 기다리는 중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서 국민들은 ‘재벌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이 거둬들인 774억 원’에만 집중하며, “이 돈을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최순실 일당이 ‘예산 농단’을 통해 벌어들이려 한 돈의 총액에 비한다면 이 774억 원은 그저 착수비 또는 껌값이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산 파이프라인을 통한 돈벌이 구상의 구체적인 예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든다. 

▲최순실의 ‘문화사업 담당 수석비서관’ 격인 차은택이 꽂아넣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 관련 문화융복합 사업 예산은 2년새 2천억 원이 늘었다. 

▲해외문화홍보원 예산 역시 3년 새 기존 500억에서 1500억으로 3배가 늘었다. 해외문화 홍보 비용은 해외에서 돈을 쓰니 조사를 피해가기 좋다. 콘텐츠진흥원의 해외사무소의 명칭 역시 ‘K콘텐츠 수출지원센터’로 바뀌어, ‘K자 돌림’ 사업의 하나로 멋지게 자리매김하도록 해 놨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포장한다는 ‘VIP의 지시’에 따라 2015년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간 이후에 추가로 관련 예산 70억 원이 뒤늦게 느닷없이 꽂히며, 2017년 예산에서는 290억으로 무려 4배나 폭증한다.  

▲정유라 검거 소식을 1면 톱으로 다룬 뉴욕타임스. 해외 언론이 볼 때 ‘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의 경제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초점은 성형-세월호 7시간 등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쏠리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이들 사업에는 예산이 이미 배정됐고 사업은 굴러가는 중이다. 최순실 일당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업은 돈을 먹고 쑥쑥 커나갈 것이다. 또한 최순실 일당이 감옥에서 지내는 처벌 기간이 짧아질수록 이들이 화려하게 컴백할 시기도 앞당겨진다. 이만큼 증거가 나왔다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법한데 이들이 계속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벌려 하는 이유에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처벌은 처벌이고 돈벌이는 돈벌이대로 따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당 일망타진해도 제2, 제3의 최순실 나오게 돼 있는 구조

이런 얘기를 하자 어떤 이는 이렇게 반론을 폈다. “아무리 그런 사업이 국가 예산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새 정권이 최순실 일파의 관여를 막을 테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돈 되는 사업이 살아 있으면 누군가는 그 사업을 먹게 된다. 노리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재벌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그런 대형 사업(수백 억을 들여 지역 연고의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한번 생각해 보자)을 인수인계 받을 수 있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아질 수 밖에 없다다. 그러니 나랏돈을 진탕만탕 쓰게 만들고 자신은 그 위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완성돼 돌아가고 있는 이상, 설사 최순실 일당이 정권교체로 일망타진이 되더라도, 예산안이 착착 집행되면서 누군가는 이 알짜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정창수 소장의 걱정거리다. 

최근 정유라의 덴마크에서의 검거 소식을 1면 톱으로 다룬 바 있는 뉴욕타임스는 한국 검찰을 인용해 “재벌들 모두 ‘대통령이 여기에 관심이 있다’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마법 같은 주문을 듣고 수표를 끊어줬다”고 썼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 고유의 정경유착이 또 한 번 대형사건으로 터졌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밖에서 볼 때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 즉 경제 사건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관심은 이화여대의 특혜, 성형-약물 의혹 등 사회-정치적 문제로만 달려가고 있다. 

한국 관료는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가지면서 꼼꼼하게 예산을 짠다. 그리고 국회는 불과 몇 달에 불과한 짧은 기간 동안만 이를 심사한다. 이런 한심한 관행을 이용해 ‘VIP 관심 사항’ 등 온갖 트릭, ‘악마 같은 디테일’을 짜넣어 예산을 타내고 허비해온 게 한국 정부이자 관료들이다. 그렇기에 힘없는 사람들은 예산 관련 민원을 국회의원에 넣지만, 재벌들의 대관(對官: 정부 대상) 업무 담당자는 3년 사이클로 돌아가는 정부 예산 담당부서를 상대로 깨알같은 로비를 한다. 

▲특검의 압수수색을 당한 김영재의원의 문이 닫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초점이 대통령의 성형 의혹 등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쏠리고 있는 동안에도 1조 4천억원에 달한다는 ‘최순실 예산’은 착착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순실은 단지 이 사이클의 최상부에, ‘마리오넷 같은’ 대통령을 이용해 끼어들어갔을 뿐이다. VIP 관심 예산안 사이클이 돌아가도록 조종하면서 막후에서는 말을 안 듣는 정부 관료들의 목을 치고 사람을 바꿔 넣었다. 작전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기름을 치는 작업이었다. 그 완성 단계(2017년 예산안)에서 비록 일부가 들통났지만, 사이클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최순실의 비법은 공개됐다. 이 사이클이 계속 돌아간다면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제2, 제3의 최순실이 되고자 할 것이다. “최순실 같은 강남아줌마도 한 작전을 능력있는 내가 못 할소냐”라면서 주먹을 비비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또한 이미 최순실 일당이 쏟아부어 놓은 예산은 그냥 놔둘 경우 집행되게 돼 있고, 그렇다면 ‘최순실 이후’가 되려고 뛰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예산 도둑 막을 5가지 방법’ 제안한 나라살림연구소에 격려의 박수를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국민 모두가 예산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 소장은 그 구체적인 대책으로서 ▲국회 예결위에 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해 국민 또는 내부제보자가 새는 예산, 이상한 예산에 대한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고, 접수된 신고에 대해서는 직권조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등 ‘예산 도둑을 막을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이 책에서 제시했다. 

서둘러 낸 책인지라 곳곳에 오탈자가 있는 등 교정자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많은 책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최순실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높다. 정 소장은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책은 최순실 일당의 예산 도둑과 관련된 첫 번째 책이고, 앞으로 계속 그 과정을 파헤쳐 속속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만 페이지가 넘는 예산안 서류들에 고개를 쳐박고 분석한다고 해서, 스스로도 또 지인들도 “변태들”이라고 부른다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소장, 이승주, 이상민, 이왕재 연구위원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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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6.11.14

청와대발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 문화체육계의 마음은 처참한 지경일 것이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가 사유화됐다. 최순실씨가 국가적 대사인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공사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설계변경을 강요해 천문학적인 이권을 편취하려 했다. 최씨 1인 독점법인이라 할 미르와 K스포츠재단, 그 아래 십수개에 이르는 국내외 각종 계열사와 페이퍼 컴퍼니는 사익을 추구하는 검은돈의 저수지였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평창올림픽은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2014년 말 70%에 가까운 여론의 지지를 받던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는 어느 날 ‘분산 개최는 없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당시 시민들은 기왕에 개최될 것이라면 분산 개최해 1조원 가까운 비용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절박한 요구를 박 대통령이 왜 틀어막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풀리지 않던 비상식적 결정들에 대한 의문이 이제서야 풀리고 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김진선·조양호 전 평창조직위원장과 수천억원대 이권이 걸린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의 설계변경, 개·폐회식 행사 등과 관련한 책임자 사퇴 등의 실체가 드러난다. 또 박 대통령이 ‘분산 개최는 없다’고 했던 건 비합리적 무지 때문이 아니었고,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주변에 최순실·정윤회 전 부부가 사놓은 수십만 평의 땅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는 대부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이루어졌다. 국정농단 곳곳에 스포츠가 범행의 명분으로 악용됐다. 특히 국민의 혈세와 기업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조직위원회의 예산은 특정인과 집단들에 약탈의 대상이 돼버린 느낌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국제대회의 존재 이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다. 개혁을 하게 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첫째는 투명성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운용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분산 개최 여부부터 각종 시설공사의 내용과 주체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에 이르고서야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기업이 재정을 부담했더라도 이것은 공공사업이다. 따라서 투명성이 조직위원회 개혁의 첫걸음이다. 

둘째는 책임성이다. 조직위원회는 민간이 주축이 되는 범국민적 조직이다. 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영향력하에서 운영됐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루아침에 조직위원장이 해임되는 사태는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아무런 권한도 없고 따라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조직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책임지게 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시켜야 한다.

셋째는 시민참여의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체육계는 말 못할 모멸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체육계가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예산의 소비자로서 머물러 사태를 수수방관한 것은 아닌지 하는 측면이다. 따라서 시민들 특히 체육계부터 적극적으로 전체 운용 및 결정 과정에 참여해 예산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체육의 발전을 위한 수문장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대회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다면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같은 성공 사례들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114029006#csidxf3d51c3af27606884a9a9257988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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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살림연구소는 2016.10.24. 제4호 나라살림브리핑에 KOPIA가 K-meal 사업을 했던 기관이라 분석했으나, 농촌진흥청이 2016.10.31에 발표한 설명자료 6p에 따르면 행사 지원 형식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2015.01.01 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 연계 KOPIA 시범마을 조성(現 KOPIA 시범마을 조성) 사업은 2016.05.30  농림축산식품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KOPIA가 K-Meal 사업을 총괄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2016.10.31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설명자료는 KOPIA가 K-Meal 사업에 행사 지원 형식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0530 (배포시) 농식품부,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계기, 우리쌀 제품지원 등 농식품 협력강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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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15.1.29

 

냉정하고 진지하게 증세를 생각해야

 

‘13월의 세금폭탄’. 지금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화두다. 연말정산 시기를 맞아 이전보다 늘어난 세금에 대한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2013년의 세법개정으로 2014년 소득부터 각종 소득공제 항목이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돌려받는 금액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토해내게 된 것이다.

야당은 ‘서민증세’라며 ‘세금폭탄론’을 들먹이며 과거에 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듯 공세를 펼치고 있다. 원래부터 세금 자체를 싫어하는 보수언론과 증세를 주장하던 진보언론마저 연일 조세저항에 편승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여론에 밀린 정부는 일부 세액공제를 되돌리면서 이를 소급적용까지 하는, 정책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무리수로 더욱 신뢰를 잃었다. 굳건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까지 균열을 일으켜 마침내 사상 처음으로 30%선까지 무너졌다.

개정 세법을 둘러싼 논란의 진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세법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개정 세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 그동안 소득공제를 해주던 것을 상당부분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아울러 근로소득공제도 소득에 따라 5~80% 하던 것을 2~70%로 축소하고,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사실상 증세를 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다. 소득공제는 수입에 대해 먼저 공제한 후 세금을 매기고, 세액공제는 세금을 매긴 후에 세금을 공제한다. 따라서 세액공제는 고소득자에게 불리하다. 예를 들면 소득공제의 경우 최고세율 38%를 적용받는 사람에게 1000만원 소득공제를 하면 내야 할 세금에서 380만원을 덜 내게 되고, 최저세율 6%에 해당하는 사람은 6만원을 덜 내게 된다. 하지만 10만원을 세액공제를 하면 두 사람 모두 내야 할 세금에서 똑같이 10만원을 공제받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주장해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2014년 소득세제 개편의 영향에 대해 계층별 소득세 부담률을 계산한 결과 “연소득 6000만원(상위 10%) 이상에서 증세, 그 미만에서는 감세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한겨레 2015.1.19). 정부의 세법 개정은 ‘고소득자 증세’에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사실과 진실을 구별해야 

개별 납세자들의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 복지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연소득 7000만원~8000만원 가구를 고소득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항변이 나올 수도 있고 5500만원 이하의 직장인들 중에서도, 특히 맞벌이 부부라 세금이 늘어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유를 찾는다면 정책설계에서 오류를 범한 행정무능력을 들 수 있다. 이는 분명히 현 정부의 무능 때문이고 비판해야 한다. 

또 하나의 불만은 법인세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 소득세만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소득세 인상도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소득세는 누진적인 성격을 강화할수록 소득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세목이다. 제대로 걷는다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금공제가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실효세율이 총급여대비 4.2%에 불과하다. 법인세는 16.37%이다. 연결재무재표를 통해 해외부분까지 고려하면 더 올라간다. 우리나라 소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세금 자체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증세는 불가피하다. 

눈앞의 연말정산에 대해 당장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세금을 더 낸다는 사실보다는 세금의 쓰임까지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이 해당되는 사람 모두에게 수십만원씩 보편적으로 지급되었다. 그만큼 혜택이 늘었는데,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만일 받는 혜택이 없다면 복지확대를 요구해서 전 국민이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일 것이다. 내가 못 받으니 남들도 받지 말아야 한다거나, 부유층이 혜택을 보더라도 나만 세금 더 안 내면 된다든가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정치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을 반영하는 것은 좋은 측면도 있다. 복지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보 및 개혁세력이 혹시 반개혁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지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조선시대 대동법을 통해 재정개혁을 시도했던 김육 등은 안민익국(安民益國, 백성이 편안해야 나라가 이롭다)을 주창했다. 백성의 부담이 줄어들어야, 나라의 부가 쌓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백성은 모든 백성이라기보다 ‘더 많은’ 백성을 의미할 것이다. 김육에게 재정개혁은 재정확충보다는 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위기는 기회다. 미래를 생각하는 합리적인 세제개편과 증세를 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를 시행한다면 민의 부담도 줄고 재정은 확충되는 안민익국이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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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5.1.2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의 여러 문제가 깨끗이 정리되고 2015년은 새로운 해가 됐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우리의 염원과 달리 2014년의 문제는 여전히 2015년에도 우리 사회의 중요 이슈가 될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소위 ‘사자방’이라 불리는 정책 실패 이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이다. 왜냐하면 환경오염과 유지관리 비용 문제가 남았으나 큰돈은 이미 다 사용해 버린 4대강이나, 반부패 차원에서 접근하면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방위사업과 달리 자원개발 문제는 이미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기업의 부채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자원개발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기도 하다. 

현재 자원개발 구조조정 문제가 주요한 논쟁이 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원하는 쪽의 논리는 자원개발로 포장된 총체적 부실이며, 막대한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우게 됐다는 주장이다. 방어하는 쪽의 논리는 해외자원개발은 필수이며 유가가 급락한 지금이 최적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원하는 측에서도 자원 확보라는 기본전제를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의 결말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자원 개발이라는 부분의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다 큰 시각으로 본다면 이것은 국가정책과 재정투입의 관계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의 판단 문제다. 개별 기업이 투자해서 실패한 것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재정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2만 7000달러인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의 재정 지출에 비해 많이 지출한 분야는 국방과 경제 업무다. 다른 부분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크게 적은 것은 복지 분야다. 가장 많은 독일의 45.2%에 비해 거의 4배 차이가 나는 12.4%이다. 

크게 많은 분야 중 국방은 8.5%로 다른 나라의 2배 정도다. 이는 가장 많은 미국(10.6%) 다음으로 많지만, 우리의 현실상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들이다. 그런데 경제 분야는 22.1%로 가장 많은 일본이 12.7%, 가장 적은 프랑스가 5.9%로 2~3배 정도 많은 셈이 된다. 

경제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산업·에너지·농림수산 등 경제 개발과 관련한 예산이다. 결국 한국은 복지 등 사회투자는 매우 적고 경제투자는 너무 많은 국가인 것이다. 이러한 재정 지출은 개발국가 시절부터 계속돼 왔다. 1960, 70년대에는 국가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막대한 사회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국가발전단계에 맞지 않는 재정 지출인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기업 중심으로 에너지 투자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대체에너지나 에너지 복지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들이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길보다는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 무리하거나 실패율이 높아지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구축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 국민이 거의 존재를 모르는 성공불융자라는 사업이 있다.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다. 자원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사업이다. 예상되듯이 대부분 실패해서 갚지 않았다.

개별 가정을 보더라도 경제 수준에 맞추어 지출한다. 가난할 때는 식비 지출이 높아 높은 엥겔지수를 보이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를 준비한다. 계속 가난할 때 설움만 생각해서 식비 지출을 유지한다면 얼마나 우수꽝스럽고 낭비가 많을 것인가.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변함없는 에너지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이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와 공급은 공존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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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창수 기자,  14.10.8

 

[창비주간논평] 2015예산, 철학이 부재한 재정건전성 포기예산

사람들은 흔히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민간경제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재정의 비중이 민간경제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예를 들면 2013년 명목 GDP는 1428조원인데, 공공재정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까지 하여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정부예산은 꾸준히 증가한다. 지하경제가 줄어들고 최근에는 국채발행까지 크게 늘리는 등 각종 정부 재정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도 같이 증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예산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신규예산이다. 매년 사업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편성과 의회의 심의과정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2014년 예산에서 신규예산은 전체의 0.6%인 2조원에 불과하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근혜 예산’도 여기 포함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산은 하던 사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점증적으로 조금씩 증가하거나 변화하여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점증주의 예산편성이라고 하고, 이에 반하여 대폭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산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총체주의 예산편성이라 한다. 따라서 예산은 총체주의를 지향하지만 현실은 점증적으로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총체주의 예산편성에서 이야기하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이라는 것은 항상 이상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했던 사례는 군사정부 시절인 1985년밖에는 없다.

2015년 예산, 점증주의 부채증가 예산 

정부는 총지출 376조원, 총수입 382조 7천억원으로 책정한 201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체적으로는 5.7% 증가로 점증주의 예산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세입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됐다고 주장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경기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2009년부터 3년간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사업을 진행했고, 경기부양책으로 13조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이명박 정부 5년간 98조원의 재정적자와 경제양극화 심화 등의 폐해만을 남기게 되었다. 적자재정까지 감수한 이번 예산안은 국가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재정건전성에 심대한 위협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세수입 목표치는 210조 4000억원이었으나 실제치는 201조 9000억으로 8조 5000억원이 부족했으며, 올해도 8조원이 넘는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정부의 빚을 합친 국가채무는 482조 6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부담액은 1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적으로 보면, 축소되어야 마땅한 토건 및 SOC 투자 부문 예산이 다시 증가했다. 2조원 가까이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7천억원을 늘렸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각종 안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위해 SOC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SOC의 유지·보수관리 예산이 안전예산으로 분류되었다는 비판이 높다. 지자체의 소방헬기 구입을 위해 1천억원을 배정한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마저도 정권후반기에는 감소시켰던 토건예산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을 500억원 이상 사업에서 1000억원 이상 사업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또한 지난 개발연대 시절처럼 토목과 건설업 부양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창조경제, R&D 등의 예산도 서민경제보다는 재벌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예산으로 볼 수 있다. 가령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800대→3000대)하고, 하이브리드차 보조금을 신규 도입(4만대, 대당 100만원)하겠다는 방안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회사에 대한 지원이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정비하는 게 대다수 국민에게 훨씬 효율적이다. 생활밀착형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70개 사업을 따로 묶어 제시했지만 기업밀착형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철학의 부재 

결론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점증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재정균형을 포기한 적자예산이다. 전체적인 구모는 점증주의적이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부채증가와 지출구조의 역진성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방향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도 늘리고 건설도 늘리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록 잘못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토건이라고 하는 명백한 방향과 철학(?)이라도 있었다. 이에 반해 현 정부는 현상유지에 급급하여 정부의 정책이 무엇을 위해 가야 하는지를 예산편성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국회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근본적인 경제활성화 대책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담은 국회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표류하는 재정의 방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난망한 기대이기는 하다. 그나마 과거와는 달리 예산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실낱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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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정창수 기자  14.8.11

 

[위기의 4대강, 어디로 가나②] 수자원공사의 8조원 재정 지원 요구에 부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4대강 사업의 뒤치다꺼리를 위한 청구서를 제출한 것이다. 최근 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국회에 제출한 '4대강 투자비 회수대책 필요성'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수도요금 인상이나 친수구역 개발 등을 통해서는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관련기사 : [단독] 수공의 4대강 투자 8조원 혈세로 때운다?).

수공은 22조 원의 총사업비 중 8조 원을 공사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다. 그 결과 4대강 수행 전인 2008년 말 2조 원이었던 부채가 2013말에는 14조 원으로, 무려 7배나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4대강 사업 전보다 7배나 증가한 수공의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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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개통을 축하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념비가 놓여져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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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결산자료를 보면, 2008년 20%였던 수공의 부채 비율은 2013년 121%로 늘어났다. 그나마 도로공사 주식 2500억여 원 등 현물출자를 통해 자산을 증가 시켜 부채비율의 증가를 조금이나 줄인 결과다.

특히 수공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부산도시개발공사와 함께 부산 강서구 일대에 5조4천억 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이 사업의 이익금을 2513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초 수공이 예상한 6000억 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수공이 현재 추산하고 있는 당기순이익은 1천억 원 수준. 이 자체 순이익만으로는 3천억 원에 이르는 수공 부채(4대강 투자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수공은 올해까지 재정지원방안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공 부담액을 전액손실처리를 해야 해 천문학적인 회계 손실을 입게 된다며 정부에 재정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즉, 수공 부담액을 전액 손실처리 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규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호소 및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수공은 무모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공기업 부실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수공 외에도 국책사업으로 부채가 증가한 공기업으로 LH공사(토지주택공사)가 있지만, 단기간에 부채가 급증한 수공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지난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바에 따라 수공의 부채 발행이 이루어졌다. 이는 국가가 직접 빚을 내지 않았을 뿐, 사실상 대리한 것과 같다. 국책사업으로 수공에 전가된 부채가 결국 직접 부채 요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공의 재정지원 요구는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정부가 이자는 전액 정부가 보전하고 원금은 자체 수익으로 우선 충당한 뒤, 못하면 예산을 지원한다는 규정을 두어 '수공의 빚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빚더미에도 인력 늘리고 사업 확장한 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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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강동동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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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수공은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떠안아 재정 위기에 놓인 피해자인 걸까? 지금까지의 내막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13년 한국 사회공공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물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수공의 비정규직은 2013년 현재 492명으로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8년 292명에 비해 70%가 늘어났다. 4대강사업과 경인아라뱃길사업, 위탁상수도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해  고용을 증가 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한 명도 없던 무기계약직은 276명으로 늘었고, 정규직도 4018명에서 4096명으로 78명 증가했다(2013년 기준). 한 마디로 사업 확장을 이유로 인원을 554명이나 늘린 것이다. 여기에 신설된 자회사 인원까지 합하면 천여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국책 사업으로 빚이 급증한 와중에도 예산과 조직을 늘리는 관료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조직을 키우려는 모습은 인력 증가 뿐만아니라 자회사 신설로도 나타나고 있다. 수공은 지난 2011년 워터웨이플러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경인아라뱃길의 효율적 운영관리, 4대강문화관 운영을 위해서 설립했다고 수공은 밝혔다.

하지만 관광레저와 마리나 수익으로 자회사의 운영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정책처도 지난 2012년 공공기관 결산평가에서 공사의 여건과 운영비용을 감안해 운영효율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적했다.

수공의 위기, 4대강 부채때문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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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공은 2010~2013년 동안 6개 단지(시화MTV, 송산그린시티, 구미확장단지, 구미하이테크, 여수확장단지, 구미디지털) 개발 사업에 모두 2조6987억 원을 투자했으나, 9772억 원의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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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은 건전하던 재정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실해졌다고 주장한다. 맞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수공은 각종 개발사업도 방만하게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국가산업단지 개발 현황을 보면, 2008년 이후 36개가 지정됐다. 이는 전체 산업단지의 37.4%에 달한다.

지난달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아래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산업단지는 대부분 분양이 저조해 수익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국 산업단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국가산업단지도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수공은 2010~2013년 동안 6개 단지(시화MTV, 송산그린시티, 구미확장단지, 구미하이테크, 여수확장단지, 구미디지털) 개발 사업에 모두 2조6987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회수 금액은 1조7215억 원 수준. 9772억 원의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부분도 고스란히 수공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공의 부실경영 문제가 단순히 4대강때문만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또하나 경인아라뱃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수공은 보상비 3222억 원, 추가보상비 1273억 원, 경관도로 무료화로 인한 수입손실 1897억 원을 포함해 총 6392억 원의 국고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경관도로 무료화로 인한 수입손실 1897억 원이 국고로 지원될 가능성은 낮다. 만약 정부가 이 부분을 보전해 준다면 선례가 생겨 다른 부분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이 사업도 4대강 사업처럼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외에도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물류 단지도 분양실적 및 항만운영수익이 저조하여 막대한 적자가 예상될 것으로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물류단지 전체 분양금액은 7637억 원으로 김포물류단지의 분양률은 83.5%이나 인천물류단지의 분양률은 57.2%에 불과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분양 실적이 저조한 인천물류단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항만운영수익은 부두임대수익, 시설임대수익, 마리나 운영수익으로 구성되는데, 현재까지의 항만운영수익은 121억 원으로 투자비 회수 계획대비 2.0%에 불과하다. 갈수록 태산이 셈이다.

수공 경영개선 타개책으로 군불 지피는 물값 인상론

친수구역개발과 함께 수공이 추진하는 게 수도요금 인상이다. 2013년 한국 사회공공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물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공이 경영 개선을 위해 2004년부터 운영해 오던 지방상수도 위탁 사업을 현행 21개에서 162개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지자체가 상수도를 위탁하게 되면 부담은 증가한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상수도를 위탁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관리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상수도의 인력만큼을 다른 곳에 유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공 또한 당장 큰 돈은 남지 않더라도 인력을 늘릴 수 있고, 무엇보다 수공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물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윈윈' 하는 결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위탁을 실시했던 충남 논산시의 경우 2003년 톤당 709원하던 수도요금이 2010년 883원으로 25% 인상되었다. 2012년에도 15% 추가 인상됐다. 경기도 양주시도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주시는 지난 2008년 수공과 20년간 위탁하기로 협약했으나, 재정이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2012년 위탁해지를 통보해, 수공이 소송을 제기했다.

언론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양주시의 물값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근의 의정부시보다 40% 비싸다. 양주시가 수공과의 소송에서 지게 되면 4~5년 후에는 물값이 2배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수공의 손을 들어줬다. 또다른 위탁 자치 단체인 동두천시도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시대의 소명 다한 개발공기업 수공, 건설적으로 해체해야

이대로 두면 2017년에는 수공의 부채가 19조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아마도 결국 국민들의 돈으로 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빚을 낼 때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국민이 빚을 갚을 때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주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건 '물주'다. 아무 권리도 없이 빚만 갚아주는 건 주인이 아니라 물주다. 흑자가 나도 배당도 받지 못하는 그야말로 바보 물주들인 셈이다.

따라서 제안한다면 첫째, 선 책임 후 대책이다. 책임의 소재와 원인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납세자 소송을 도입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치적인 책임규명이라도 정확히 해야 한다.

둘째, 수공도 책임을 져야 한다.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다. 4대강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공이 개발공기업으로서 벌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 조직과 예산을 늘리는 현재의 모습에 메스를 대야한다는 말이다.

셋째, 수공의 '해체'다. 수공은 대표적인 개발공기업이다. 개발공기업은 이제 시대의 소명을 다했다. 대부분의 댐이 완성되었고,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성장했다. 불필요한 사업을 계속 벌이는 것은 불필요한 조직이 존재하기 떄문이다. 따라서 지금 수공의 자산을 매각해 최대한 빚을 갚고, 4대강 유역별로 쪼개어 개발기업이 아니라 관리를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조직은 관료화된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조직을 바꾸어 주지 않으면 조직은 계속 하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기회다. 부채로 인해 조직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 오히려 수공을 건설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나라살림연구소장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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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과 거꾸로 가는 영리병원(64)

 

정창수

2009-12-21 16:50:22

인간사회는 언제나 죽음과 병이라는 위협에 대한 대처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질병에 대한 치료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전쟁과는 비교도 안 될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쓰려져 갔고, 때문에 인구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의료행위가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이집트이다. BC2700년경에 만들어진, 비석에 쓰여진 내용에 의하면, 이미 의사와 치과의사를 구분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준의 의학이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보면, 이집트에서는 의학서에 쓰여진 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중범죄로 처벌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인들에게 “이집트같은 선진국처럼”이라면서 발전된 사회시스템을 찬양하기도 했다. 당시의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치면서 절정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중심의 사고방식이 유럽인들의 의도에 의해 편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발전된 이집트의 의학은 그리스로 전해지면서 서양의학의 모태가 된다. 역사상 최초의 의사로 기록되어있는 사람은 임호텝(Imhotep)이다. 그는 BC2600년경 이집트의 대신이었고, 피라미드를 설계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들이 부자들의 호출에만 응해서 치료했다고 해서 이들을 처벌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가가 공공성을 가지는 의사의 활동을 통제했다는 것이 된다. 요즘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돈과 권력에 대해 유혹을 받은 것이고, 국가는 이를 공적영역으로 되돌리려고 한 것이다. 아마도 이는 영원한 숙제일수도 있다.

그리스에 의료기술이 전달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의사가 등장한다. 물론 자유민들에 국한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의료행위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을 전수해준 이집트에 대한 선망은 매우 높아서 이집트 유학을 한 의사들이 최고로 인정받았고, 소크라테스의 ‘선진국 이집트’에 찬양도 그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BC2600년경의 왕인 황제(黃帝)가 의학교과서인 내경(內徑)을 만들어 의학을 확립했다. 그런데 유럽과 중국, 양 문명의 의학은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서양은 외과적이고 해부학적인 것이 좀 더 중심이라면 동양은 몸에 칼을 대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 때문에 약재 중심으로 발전해온 점이 다른 점이다.

이러한 의학의 발전은 동서양 모두 상류층에 국한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들은 방치되거나 주술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히 공공의료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과학의 발전과 국민국가의 형성으로 대중의료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극복되기 시작한다. 18세기만 해도 유럽의 병원에는 의사가 없었다. 당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를 수용하는 곳이었다. 일종이 격리였다. 감옥과 병원은 그들을 격리시키는 곳이지 치료하는 곳이 아니었다. 근래에 이르러 수용이 교정과 치료로 그 개념이 바뀐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은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할수 있다.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중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공공의료정책을 시행했다. 삼국시대에 약부(藥部)나 약전 등의 기관을 설치하여 의료정책을 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의사를 일본에 파견하기까지 하였다. 고려에 이르러서는 각 군현에 약점(藥店)을 두고 의사를 배치했다. 이때 이미 과거로 의사를 선발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독창적 의서 동의보감의 발간 이후로 시골 마을마다 균일화된 의료가 보급될 수 있었다. 더구나 왕실은 국고는 물론 비자금인 내탕금까지 동원하여 백성들의 의료를 위해 노력하였다. 가난과 질병은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러한 전통 때문인지 북한은 공공의료에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래서 1982년에는 무상의료에 415명당 의사 한명씩을 배치하고, 의사담당제를 두어 책임지게 하였다. 당시 세계의 일부 지식인들이 북한에 대해 극찬을 한 이유 중에 공공의료의 완비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체제가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의 상황이다. 현재 북한의 의료상황은 절망적이다. 공공의료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의료물품 마저 없어 응급처치조차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타미플루 지원문제도 그런 상황이 작용한 것이다.

남한도 건강보험제도의 완비로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재정을 유지해 왔다. 전 국민을 건강보험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영리병원 허용문제가 정치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였던 의료의 공공성을 애써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못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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