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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서울살림(4회)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


시행 2년째, 시작은 되었고...


 지난 3월 7일 위원회 위원 공개모집을 시작으로 2013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작년 시행 첫해인 관계로 1월부터 준비하여 5월 하순에 위원 공개모집에 들어간 것에 비하면 올해는 2달여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는 서울시민의 시정참여와 재정민주주의의 확대라는 목표로 작년 5월 2일 조례가 시의회에서 의결되어 5월 22일 공포되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1988년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라는 도시에서 시작되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의 알바세테시는 전체예산의 50%를 주민참여예산으로 결정하고, 2005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리히텐부르크시는 재정에서의 참여만이 아니라 시정 전반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가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핵심은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사업의 필요성, 우선순위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여 반영하고 나아가 평가과정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다수의 광역시•도나 기초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법령에 의한 의무적 시행에 따라 형식적인 조례 제정으로 인해 ‘시민 참여 없는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서울시의 참여예산제는 형식적 측면에서 진일보 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과 무엇이 달라졌나? 


서울시가 지난 3월 7일 발표한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예산학교등 주요 일정이 2개월 정도 앞으로 당겨졌다. 그리고 작년보다 주민제안사업 신청기간, 분과위원회, 총회 심사 기일이 확대되었다. 작년 시일의 촉박함으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하게 변경된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주요 일정



• 공개모집 위원 정수를 확대


참여예산위원 총 인원 250명중 기존에는 공개모집위원이 150명, 추천위원이 100명이었던 것을 공개모집위원 200명, 추천위원 50명으로 조정하였다.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추천위원의 회의 참석률이 15%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나 평가 과정에서 꾸준히 지적 되었었다. 또한 공개모집의 확대로 인해 일반시민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었으나(50명 증가), 향후 자치구 추천위원들의 참여 폭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 예산학교 교육 내용 강화


주민참여예산위원은 기본적으로 예산학교를 수료해야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교육과정이 의무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의 경우 총 6시간에 걸친 예산학교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교육시간을 총 12시간으로 확대하였다. 올해 교육의 특징은 신규 위원의 경우 기초반 9시간을 의무적으로 수강하여야 하며, 전체 위원들은 올해 새로 운영하는 심화반 교육을 수강하여야 한다.


• 참여예산 한마당 사업 홍보 주체 변경


작년 참여예산 한마당은 흥겨운 자리를 넘어 얼굴을 붉힐 수 있을 정도의 과열경쟁이었다. 모 자치구는 과도한 이벤트성 홍보를 펼치기도 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사업 홍보부스 운영 주체를 자치구 지역회의에서 분과위원회로 변경하였다. 또한 총회 상정사업에 대한 심사 기일을 2일로 확대하였다.


• 분과위원회 개편


작년 1년동안 7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250명의 위원들이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일   부 분과위원회는 지원하는 위원들로 넘쳐나   기도 하였으며, 사업 심의시 생활과 직접적으   로 연관되어 있는 분과위원회 별로 제안사업   이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과위원회를 재   편하였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는 작년 1년 동안 일정한 성과를 내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민관거버넌스가 있지만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새로은 민관거버넌스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 예산편성과정에의 참여


예산편성과정에의 참여는 500억원이라는 참여예산 사업의 결정에 국한하지 않고 위원회의 권한을 더욱 확장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1년 평가에서 주요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참여예산조례에 규정된 위원회의 권한과 주민참여예산제의 본래 취지는 예산 운용 전 과정에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보장 하도록 하고 있다. 참여예산사업만이 아닌 서울시 전체 사업에 대해 사업의 우선순위, 편성방향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 다양한 정보의 개방


주민참여예산제의 성패를 가르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이다. 작년 모 광역시의 경우 당연직위원과 시장 추천위원의 과도함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가 위원회 불참을 결정함으로서 위원회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제도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시행되는 제도이기에 시민의 참여는 기본이다.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첫걸음은 다양한 정보의 개방이다. 위원회 및 분과위원회의 회의 공개와 더불어 집행부는 예산편성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적극적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행정에 개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다양한 행정정보의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다행이다. 일부 행정정보만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이 함께 공개되면 더욱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서울시 행정을 살찌울 것이다.


• 시의회와의 협의 필요


작년 11월 서울시의회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긴장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 사업과 예산에 대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사업타당성 결여, 중복사업 등의 이유를 들어 다수의 참여예산사업 예산을 전액 또는 부분 삭감하였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차원의 항의 기자회견, 위원회의 기자회견 및 항의 방문 등이 잇따랐다. 결국 시의회 예결위원회에서 상당한 수준의 사업예산을 복원시킴으로서 상황이 정리되었었다. 시의회 차원에서 볼 때 내용이 부실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사업이 존재하지만 제도 첫해라는 점이 감안 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를 반대하는 지방의원들이 가장 크게 드는 이유는 의회의 ‘예산심의권’ 침해라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법적 권한인 ‘예산심의권’과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선정사업 결정’과의 관계는 충돌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엄밀히 말하면 위원회의 ‘선정사업 결정’은 서울시 예산편성권의 일부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선정사업 결정이 시의회에서 존중되지 못하면 제도의 효능감은 떨어질 것이고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해 질 것이 뻔하다. 


시의회의 권한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통한 정책의 질 향상이라는 긍극적 목표를 바라보고 권한만을 주장하면 이 제도는 허울만 남을 것이다. 

위원회 총회에서 참여예산 사업이 선정되면 예산안이 서울시의회에 제출되기전 서울시의회 각 상임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개별 사업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를 높이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제출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 서울시 전체 사업에 대한 의견 제출 필요


조례에는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과 함께 대규모 사업 및 중기재정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준비 및 역량부족과 시일의 촉박함, 인식의 결여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의견서를 제출하지 못하였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참여예산사업 결정만으로 역할을 축소하게 되면 이익집단으로 변질 될 수 있고, 제도의 선의를 왜곡하는 꼴이 된다. 


 서울시 예산 전반에 대한 모니터와 일상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진일보된 주민참여예산제가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본질은 참여이다. 그 밖의 요소는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요한 요소들이다.


왜 참여인가? 삶의 질의 높이기 위해서이고, 삶의 질은 정책의 변화를 통해서 높아진다. 참여하였을 때 이러한 변화가 올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윤기 시의원을 비롯한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지난 7월 서울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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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잃어버린 10년’, 명확한 재발방지책을 고민해야


김상철 /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서울시의회는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국제금융센터(IFC)의 특혜의혹에 대한 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1월부터 2개월 동안 활동한 동남권 유통단지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별 소위원회도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다. 2011년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특혜 및 비리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했고, 그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해 7월 서울시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들을 공개대상사업으로 지정하여 관련 문서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12월에 사회이슈가 됐던 ‘7대 사업’으로 선별하여 발표했다. 여기에 포함된 사업은 파이시티 사업, 파인트리 사업, 서해뱃길 사업, 세빛둥둥섬 사업,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우면산 산사태 대책수립, 지하철 9호선 등이다. 


서울의 지난 ‘10년’,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오는 의혹들


   지난 달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세빛둥둥섬의 특혜의혹에 대해 당시 시장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의 배임을 물어 검찰에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해부터 ‘지자체 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세빛둥둥섬 외에 용인경전철 등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지방정부의 재정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었고,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수사의뢰는 그 결과였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서울시 행정 곳곳에는 과거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전임 시장들의 각종 토건사업과 민자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거의 사업들이 지방권력 교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지하철9호선 민자사업만 보더라도 이미 협약서에 8.9%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중 금리와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현재의 서울재정을 좀먹는 과거사업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며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었는데, 하나는 용산이나 압구정, 여의도 등을 초고밀로 개발하여 막대한 개발이익을 토건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경인운하의 연장사업으로서 서해뱃길 사업이었다.


   서울시는 2008년 기본설계를 하고 2010년 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바로 2012년 2월까지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강을 수로로 만드는 데만 1,835억원에 이르는 시 재정을 집행할 예정이었고, 여의도에 설치할 국제항은 1,373억원 규모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1년 6월 감사원에서 대대적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한 결과 서울시가 경제적 타당성을 부풀렸다는 게 드러났다. 이후 대한교통학회까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진행되던 실시설계는 45억원이라는 막대한 시민 세금을 날리고 중단된다. 그리고 여의도에 공유수면을 내준 마리나 요트장은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서해뱃길사업 개요




   작년에 서울시가 밝힌 7대 사업들은 대개가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시재정을 소요하며 추진하거나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던 사업들로 나타났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받고 중단했으니 다행이라고 안심할수가 없는게, 이미 막대한 시 재정을 낭비해 버렸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과거 시행정의 연속성 때문에 지금까지도 울며 겨자먹기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순수하게 민자사업이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시민들은 모르는 시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빛둥둥섬 사업만 하더라도 민간사업자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 이용료를 면제해준 것은 물론이고 미디어아트갤러리라는 불필요한 재정사업을 벌여 254억원을 사용했다. 


   게다가 세빛둥둥섬 사업에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의 지시로 SH공사가 출자자로 참여해 3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그러니까 순수한 민간투자 사업이라는 세빛둥둥섬 사업에 서울시민의 재정이 500억원 넘게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도 사용기간을 10년이나 늘려주었다. 지하철 9호선도 오히려 재정사업비가 민간투자비에 2배 가까이 되는데도 사업의 이윤을 서울시가 보장해주는 이상한 구조다. 돈도 더 많이 쓰고, 게다가 이익까지 보장해주는 방식인 셈이다. 



서울시발표 ‘7대 사업’ 현황(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재구성)



잘못된 민자사업 뿌리뽑기, 확실한 제도개선으로 나가야


   이렇게 잘못된 사업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지금까지도 서울시의 재정을 좀먹고 있는데도 좀처럼 서울시민들은 알기가 어렵다. 그만큼 서울시 재정은 이런 잘못된 관행을 덮어 두는데 편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업인데도 성질이나 성격에 따라서 이리 저리 분리 해놓거나 혹은 부서별로 쪼개놓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성 사업은 사후에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보다 애초에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서울시나 서울시의회가 과거 10년간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전임 시장들의 잘못된 사업들을 찾아내고 밝혀내는데 공을 들였다면,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사업들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재정에서 중요한 것은 계획적으로 쓰고, 아껴서 쓰는 것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사전재정관리’를 하는 것이다. 만약에 앞서 살펴보았던 문제성 사업들이 처음 시작될 때 서울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 서울시가 귀를 기울였다면 막대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정 규모의 민자사업이나 재정사업은 사전적인 재정통제 제도가 마련되고, 시장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발생한 재정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사후적인 재정제도 또한 필요하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운용하는 납세자 소송제도같은 것도 대안일 수 있다. 


   미국 납세자 소송제도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예산이 위법하게 사용된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일본의 경우에도 주민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운용 중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납세자 소송제도는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86년부터 1999년가지 3천건에 가까운 납세자 소송이 제기되었고 이를 통해서 3조에 가까운 세금이 환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행정의 잘못에 대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도로서 감사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기관의 감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로 주민소송이 제기될 수 없는 한계도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률로는 ‘감사 전치주의’ 즉, 주민감사를 실시해야 그것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미 밝혀진 사안에 대해 두 번의 감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장치는 납세자 스스로가 지방정부의 사업과 예산사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의 타당성을 시민들의 눈에서 본다면 앞서 살펴본 문제성 사업들이 막무가내로 추진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의 잘못된 사업들에 대한 활동이 구체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끝>



Posted by 자작나무숲

우리가 모르는 서울살림(2)


(강국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어떤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면 예외 없이 예산이 필요하다. 만약 시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그럴듯한 공약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그에 필요한 재원마련 대책은 모른척한다면 그 후보는 거짓말쟁이 아니면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약속이라도 예산이라는 핵심을 놓친다면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예산을 배분할 것인지도 시장의 자질과 성향,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예산배분은 단순한 숫자만 잔뜩 펼쳐놓은 서류 덩어리가 아니다. 예산은 ‘정책의 최전선’이자 ‘정치의 최전방’이다.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예산 배정 양상 자체가 천지차이를 보이는 것만 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장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장이라면 복지를 희생해서라도 대규모 건설예산을 늘리려 할 것이다. 시민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반대 방향으로 시정을 펼칠 것이다. 같은 복지정책이라도 노인복지를 중시하느냐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하는 관점 차이도 고스란히 예산을 통해 구현될 수밖에 없다.


'세외수입'은 예산에서 적잖은 몫 차지, 특히 '시유지 관리' 중요


일부에선 ‘예산 규모=세금 총액’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세금수입 말고도 벌금, 재산수입, 공기업매각수입 등 각종 세외수입도 적잖은 몫을 차지한다. 지방자치단체 전체로는 32.1조 원으로 전체 세입규모 151.1조 원(당초 예산 기준) 가운데 21.2%를 차지했다. 2012년도 서울시 세외수입 규모만 해도 1조 4,276억 원(최종 예산 기준)이나 된다.


서울시 세외수입에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바로 시유지 관리다. 시유지 관리만 잘해도 서울시 살림살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국제금융센터(IFC)는 공시지가만 2,777억 원이나 되는 시유지를 엉터리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여의도 63시티(구 63빌딩)보다도 높은 마천루, 입주율이 0%


여의도에 있는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오피스타워Ⅰ~Ⅲ과 호텔 등 4개 건물과 지하쇼핑몰로 이뤄져 있다. 서울시는 토지를 임대해주고 미국 금융그룹 AIG가 투자·개발·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애초 전직 시장 이명박이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랜드마크 빌딩’과 ‘유수의 금융회사 및 다국적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사업 개요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원래 중소기업전시장으로 활용하던 시유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국제입찰 매각하려 했지만 두 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을 추진했고 AIG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자 2003년 6월 28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본의향서와 양해각서는 시와 AIG가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며 시가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추진하도록 했지만, 기본협력계약부터는 임대계약으로 변경됐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양해각서: 2003년 06월 28일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려한 명분과 달리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11월 오피스타워Ⅱ(29층)와 오피스타워Ⅲ(55층)이 문을 연 뒤 현재 전체 공실률은 69.1%나 된다. 오피스타워Ⅱ는 8개 업체(17.3%)에 불과하고, 오피스타워Ⅲ은 현재 입주해 있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 63시티보다도 더 높은 284m짜리 건물이 4개월째 유령건물인 셈이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사무공간 전체 임대면적은 32만 7,297㎡다. 2011년 8월 개장한 오피스타워Ⅰ(32층)이 그나마 30개 업체가 입주해 입주율 99.3%를 차지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속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오피스타워Ⅰ에 입주해 있는 30개 업체 중에는 국내 업체는 금융기관 6곳, 금융지원 4곳, 비금융기관이 4곳을 차지한다. 국내 회사 14곳의 임대 면적이 5만 4,703㎡나 된다. 특히 6개 층이나 임대해 가장 넓은 면적(2만 8,023㎡)을 차지하는 딜로이트는 대부분 안진회계법인이 사용하므로 사실상 국내 금융지원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비금융사 4곳(1만 4,524㎡)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외국계금융기관들도 4곳을 빼고는 서울에서 이미 사업을 하다가 이전비용 지원과 1년 치 임대료 미납 등 파격적인 입주조건을 보고 입주한 것에 불과하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오피스 임대현황

  • 사무공간 전체 임대면적: 327,297제곱미터
  • 임대완료 면적: 101,012제곱미터, 입주율: 30.9%, 공실률: 69.1%
  • 입주업체: ING, CBRE부동산자산운용, 인베스코, Riverside, RAK자산운용, 다이와증권, CLSA증권, 자오상증권, 삼성증권, 뉴욕멜론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Gooch Financial Investment, AZ Worth Trust, 대우증권 헤지펀드, 딜로이트, Quantum Consulting, FG Korea, 선가드, Citrix, AIG Services,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 필립모리스, 아사히 카세이, 소니, LG하우시스, LG화학, LG MMA, OSI Soft, 레이스타, 코스모자산운용, 러셀인베스트먼트, 마콜, AIGKRED, 덱세리얼, 니베아,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한국의료센터

IFC몰 임대현황

  • 임대면적: 37,409제곱미터
  • 입주면적: 37,409제곱미터, 입주율: 100%, 공실률: 0%
  • 입주업체: CGV, Zara, H&M 등 82개사

누적 임대료 수익 현황

  • 서울시 토지 임대료 현재까지 27.8억 원 납부(부가세 별도)


2013년 01월 현재. 서울시 정보공개 청구 답변 자료



시로서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입주율이 높아지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오피스타워Ⅰ은 이전비용 지원 등을 통해 여의도나 종로 등지에 있는 기업들을 입주시켰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 온갖 특혜의혹을 무릅쓰고 여의도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AIG에 임대해준 서울시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걸 바로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계약서 자체도 AIG에 유리한데다 곳곳에 독소조항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양해각서부터 시작해 시와 AIG가 맺은 계약서 자체가 영어로만 돼 있다.


서울시는 기본협력계약(2004년 6월 9일), 개별임대계약(2005년 8월 18일), 수정계약(2007년 1월 17일) 등 모든 계약서를 영문으로 체결했다.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영어 사전을 뒤져야만 하는 투자유치과 관계자들도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결국 투자유치과에선 임시직을 시켜 참고용으로 만든 국문 번역본을 쓰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FX사업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이 국문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결격 사유가 돼 입찰을 연기한 사례에서 보듯 전례가 없는 황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황당함


이명박은 외국 유명 금융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사업 이유를 내세웠지만 정작 계약서엔 외국 금융기업을 얼마 이상 입주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없다. 계약기간은 50년+49년, 도합 99년이나 되는데다 AIG는 2016년 이후엔 매각할 수 있고 서울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동의하도록 한 것도 심각한 특혜 소지가 있다. 이 경우 서울시가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99년 임대에 계약서도 영어, 의무는 없고 권한만 있다. 딱 영국이 홍콩을 차지하던 역사가 생각난다.”고 꼬집을 정도다.


계약 당시부터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낮은 토지 임대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건축공사기간(2006~2010년)은 임대료를 면제하고, 입주를 시작한 이후인 안정화 기간(2011~2017년)에도 법정최소임대료(공시지가의 1%)만 받고 나머지 4%는 유예임대료 납부기간(2018~2024년) 이후로 유예한다. 정상운영기간(2025~2089년)은 순운영수익(NOI)의 약 9.12%에 해당하는 지분임대료를 징수하고, 마지막으로 2090년부터 2104년은 부채상환기간이다. 지난해 AIG가 낸 2011년분 임대료는 공시지가 2,777억 원의 1%인 27.8억 원에 불과했다.


“욕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교롭게도 서울국제금융센터 특혜 의혹을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였다. 당시 김재원 대변인은 이명박이 시장이던 2005년 서울시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AIG에 토지를 제공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의혹으로는 서울시는 아시아지역본부를 옮기겠다는 AIG 말만 믿고 덜컥 시유지를 임대해줬다는 것도 있다. 이명박이 대선 출마를 위해 서둘렀다는 것도 의혹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의혹이 있었는데도 서울시는 2006년 6월 5일 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과 당시 시장 당선자 오세훈, AIG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기공식을 열었다. 그렇게 10년을 거치며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완공됐다.


공시지가만 2,777억 원인 시유지를 활용해 임대료만 잘 챙겨도 세입으로 들어올 수백억 원을 날려버린 대가로 서울시가 얻은 건 무엇일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참모들은 서울국제금융센터 문제를 검토했다. 검토에 참여한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자료를 검토해보니 욕먹는 것 말고는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서울국제금융센터에 대해 보고받고는 ‘매우 나쁜 사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전전긍긍, AIG는 천하태평


시에서 서울국제금융센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반면 AIG로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지하1~3층에 7만 7,827㎡를 차지하는 쇼핑몰(IFC몰)이 100% 임대를 완료한데다 임대료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공시지가의 1%에 불과하므로 1조 5,14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홍콩에 있던 AIG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서울국제금융센터에 옮겨오는 게 합당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결국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AIG에서 분사되면서 서울 이주는 사실상 물건너가버렸다.


서울국제금융센터와 관련해 논란과 의혹은 많지만, 현재까지 불법으로 명확히 드러난 건 하나도 없다. 엄밀히 말해서 서울시가 시유지를 임대해준 것 말고 서울국제금융센터 설립과 운용 과정에서 예산을 투입한 것도 없다. 맥쿼리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주 등장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을 AIG에 약속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국제금융센터가 예산낭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유지 재산수입도 재정수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혜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낮은 임대료 때문에 발생하는 기회비용 역시 예산 낭비다.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할 곳간을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이용한 결과물인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이명박식 한건주의'가 불러온 '밑 빠진 독' 사례라고 평가하고 싶다.


슬로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lownews.kr/8210


Posted by 자작나무숲

우리가 모르는 서울살림(1)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



서울시 예산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몇 년전과 비교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무상급식, 서해뱃길, 디자인 서울, 세빛둥둥섬, 동대문 디자인프라자... 등등.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들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서울시민들이 내는 세금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 투여된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사업의 긍정적, 비판적 입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찬반의 논쟁은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서울시 예산, 더 크게는 서울시 행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관심이 커졌다는 것은 애정이 생겼다는 것이고, 애정이 생겼다는 것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정은 결국 서울시의 행정에 대한 참여의 욕구로 발전할 것이다. 

 서울시 예산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예산의 규모와 방향 및 주요한 예산 사업과 잘못 사용된 예산의 사례 및 문제시 되었던 사업, 예산과 관련한 쟁점 사안, 주요한 현안에 대한 의견 등을 6개월에 걸쳐 실을 예정이다. 


 이 기회를 통해 예산이 더 이상 공무원 중심, 전문가 중심의 영역이 아닌 시민들의 삶의 영역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 할 계획이다. 내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궁금해 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 사용되는 예산을 막을 수 있다. 잘못된 사업에 사용된 예산은 다시 회수 할 수 없다.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 시작된 사업은 계속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다. 힘겨운 노동을 통해 애써 벌어들인 돈, 세금으로 내는 것이 아깝지만 이왕 낸 세금이라면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예산이란?


 우리는 예산=돈 이라는 등식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예산이란 서울시가 1년동안 거두어 들이는 세금등의 수입과 어디에 얼마를 사용할 지를 금액으로 표시해 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예산은 단순히 돈과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정책과 사업+금액의 결정이다. 예산의 본질적 의미는 금액보다는 추진하려는 정책·사업이다. 정책·사업은 시정 철학과 의지가 담겨져 있다. 예산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예산을 보는 중요한 관점이다.



2013년 서울시 살림살이


 서울시 예산서를 볼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그러나 너무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으로 보면 일단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압도되기도 하지만 기대감으로 짜~안하고 열어보면 그냥 덮고 싶어진다. 책자의 왼쪽 반은 각종 사업명을 적은 글자이고, 나머지 오른쪽은 온갖 숫자가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신이 관심이 가는 사업의 예산이 얼마인지를 먼저 찾는 것이다. 올해 우리 동네 이런 사업은 서울시 계획에 포함되었는지, 포함되었다면 예산은 얼마인지 찾아보면 나름 재미가 붙을 것이다. 

 

 2013년 서울시 예산 규모는 23조 5,069억원으로 작년 21조 7,829억원보다 1조 7,240억원 7.91%가 증가하였다. 예산의 쓰임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 회계별로 살펴보면, 일반적인 사업을 수행하는데 사용되는 일반회계는 15조 6,116억원으로 전년보다 4,099억원, 2.70%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정한 사업을 위해 설치된 특별회계는 7조 8,953억원으로 전년보다 19.97%가 증가하였다. 





서울시 예산 규모의 허와 실


 작년보다 예산이 커졌다는 것은 써야 될 돈이 더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예산은 적자 운영을 전제로 편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전년대비 7.91% 예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능하였을까? 바로 여기에 숫자의 함정이 작용한다. 예산을 총계와 순계기준으로 구분하면 2013년 서울시 예산 증가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총계규모란 일반회계에서 특별회계로, 특별회계에서 특별회계로 전출되는 모든 예산을 각각의 회계별로 합산하기 때문에 전출입금이 2중으로 계상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회계간 전·출입금중 중복분을 제외한 것이 순계규모이다. 


(조금 쉽게 표현하면 가계에서 부모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아들이 받은 용돈을 각각 계산한 것이 총계규모다. 이렇게 될 경우 부모의 수입에서 아들에게 준 용돈과 아들이 받은 용돈이 이중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그 집의 재정상태는 실제보다 부풀려 보여지게 된다. 재정의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순계규모로 계산하면 부모가 벌어들인 수입에서 아들에게 준 용돈 부분을 제외한 수입과 아들이 받은 용돈을 각각 합산하는 것이다.)


 총계규모로 7.9% 증가한 예산이 순계규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약 6,800억원 3.4% 증가에 그치고 만다. 2013년 서울시 예산이 전년도 대비 약간 상승한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규모를 살필 때 유의해서 봐야할 지점이 총계규모와 순계규모를 함께 살펴야 실질적인 예산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 예산규모의 추이


 서울시의 예산규모(총계규모 기준)는 2009년 24조 1,538억원으로 최고점에 올랐다, 2010년 21조 5,859억원으로 급락하였고 2011년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조원대를 기록하였다. 2012년, 2013년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그림 1, 참조)


 예산규모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해당시기별 경제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서울시의 예산규모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및 국내 경기, 특히 부동산 경기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감소내지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경제적 상황의 악화는 서울시세의 주요한 부분인 취득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 예산의 쓰임새


 예산은 전체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쓰임새 즉 분야별 예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꼭 살펴보아야 한다.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배분하는지는 지극히 정치적 판단의 문제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장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예산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복지가 중심인지, 건설이 중심인지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그 분야의 예산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주요 부문별 예산 배정 현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부문은 2009년 22.7%, 2010년 24.6%, 2011년 28.3%, 2012년 25.9%, 2013년 29.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분야의 지속적 증가는 자연증가분의 영향과 함께 서울시의 복지분야 집중 투자가 주요한 원인이다. 서울시의 사회복지부문 예산액은 2013년 처음으로 6조원대를 돌파하여 6조 285억원을 기록하였다. 반면 도로교통부문과 환경부문은 2009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시가 예산 배정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이동 시켰다고 볼 수 있다. 


토건예산 중심에서 복지예산 중심으로의 변화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예산의 특징일 것이다. 도로교통은 대표적인 토건예산이었고, 환경부문 역시 한강 주변의 시설 설치와 서해뱃길 조성사업등 환경의 이름을 쓴 토건사업이었던 것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도로·교통 부문과 공원·환경부문 예산이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에 비해 8.6%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예산은 금액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정치적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 쓰임새는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시 예산은 2012년을 기준으로 편성의 방향이 일정하게 변화하고 있다. 예산의 편성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과거 건설중심의 예산, 양적팽창 위주의 재정전략은 수정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국내·외적인 여건에서 더 이상 양적 팽창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대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럴수록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쓸것인지는 서울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산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닌 이유이다. 내가 낸 세금이 강바닥에 뿌려지고, 콘크리트속에 묻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서울시, 서울시 예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우리 삶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 관심만큼 전시성, 치적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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