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vs 지방 재정 갈등 출구 없나]

 

<3> 숨은 폭탄, 지방세 비과세·감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방세 특혜… 産團 취득세·재산세 7289억 감면

 

 

강국진 나라살림 연구위원/ 서울신문 기자

 

 

#1 지난달 25일 안전행정부는 지방세외수입을 확충한 우수사례 시상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공간·행정정보 융합·분석을 통해 탈루 세원을 발굴한 인천시와 세외수입 체납징수 성과관리제를 운영한 대전시 대덕구가 각각 대상을 받았다. 안행부는 상을 받은 12개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366억원 확충했다고 밝혔다.

#2 2006년부터 취득세 감면제가 실시됐고, 이로 인해 발생한 지방세수 감소액이 2조원을 넘겼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8월 아예 취득세를 영구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추가 발생한 지난해 지방세 감소액만 7800억원이나 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정부는 지방재정 악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자체의 세입징수 노력 부족과 방만한 재정 운용을 거론한다. 이어 불요불급한 사업 축소 등을 지시한다. 하지만 지방세 세입의 4분의1에 해당하는 16조원가량이 지자체 의사와 무관하게 아예 징수조차 되지 않도록 만든 법조항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갈등에 숨어 있는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세 비과세·감면이란 지방세 과세 대상에 대해 차별적으로 과세하거나 면제를 해주는 제도다. 특히 취득세나 재산세를 수십년째 100% 감면해 주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일부 기득권층에 더 큰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마저 초래하고 있다. 가령 대기업이 주요 수혜자인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의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은 1982년부터 32년째 시행 중이며, 지난해 감면액만 7289억원이나 됐다.

더 큰 문제는 지방세 비과세·감면 가운데 95%가 정부와 국회에서 지자체 의사와 무관하게 법조항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만 해도 지자체 조례에 따른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전체 지방세입의 25.5%나 됐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지금은 5%까지 줄었다. 지자체에서는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온 반면 정부와 국회에서는 지방세 특혜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원 입법을 통한 비과세·감면 확대 등을 노린 로비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최근 정부는 비과세·감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폭 정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안행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3조원 가운데 1조원가량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안행부는 산업·관광·물류단지 감면을 조정하고, 관광호텔 재산세 50% 감면을 종료하는 등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솔선수범 차원에서 공무원연금공단과 새마을금고 등 안행부 소관 지방세 비과세·감면부터 정비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가령 서울대병원과 삼성병원 등 각종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취득세·재산세 전액 면제는 이번에 25% 감면으로 조정할 방침이지만, 이미 2011년부터 해마다 감면 조항이 연장됐을 정도로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전액 면제 비중이 전체 지방세 비과세·감면의 73%나 되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는 지방재정 악화를 피할 수 없다”면서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지자체를 향해 방만한 재정운용 등을 운운하는 것은 블랙코미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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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극, '정부의 역할'을 생각한다



강국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신문기자



 1997년 경기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에서 부녀복지계장으로 일하던 여성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화재에 취약하다며 관내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운영 허가를 반려했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치면 “암덩어리 규제를 무기로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종북) 무사안일 공무원”이라는 각종 민원에 시달렸지요. 군청 간부들은 허가를 내주라고 난리를 쳤답니다. 아예 깡패들까지 찾아와 협박을 하는데도 그 계장은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군청에선 결국 그 계장을 좌천시키고 곧바로 청소년 수련시설에 허가를 내줬습니다. 그리고 1년도 안돼 화재가 났습니다.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 목숨을 화마가 앗아갔습니다. 국민들은 그때서야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 수십개를 얹어 화재에 취약한 가건물 형태였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화성군청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그 계장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결국 다음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우리는 ‘씨랜드 화재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 제도정비가 이뤄졌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해훼리호, 대구지하철, 씨랜드, 세월호 악몽에 시달립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기파괴적인 신념을 학습합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계장을 ‘참 공무원’이라며 잠시 칭송했던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장덕’이란 이름 석 자를 금새 잊어버렸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장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반론을 활성화시키는 개혁을 했다면, 국민안전을 위한 더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정비했다면, 공공성을 내팽개친 공직자를 고발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쥐어줬다면 어땠을까요. 하다못해 일부러라도 이장덕 계장을 이장덕 과장으로 이장덕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면, 용기 있는 공무원은 출세한다는 학습효과라도 줬다면 어땠을까요. 세월호 참사로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스템 붕괴’에 온 국민이 절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왜 우리는 이장덕 같은 공무원이 ’영웅‘ 대접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도에 따라, 상급자 눈치나 지시만 기다리지 않고 공익에 근거한 일처리는 왜 안되는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장을 책임지는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의견청취도 하지 않는 제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멀리 볼 거 있습니까? 지도자는 원고지 수십장 분량으로 깨알같은 교시를 내리고 부하들은 수첩에 받아적기 바쁜 게 현실입니다. 그건 9시뉴스와 조선중앙방송에서 똑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남북한 공무원들은 공히 ‘영혼이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대통령이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규정해 버리고 나면 일선 공무원이 안전을 이유로 인허가를 안내줄 수가 없게 만드는, 모든 공무원을 '해바라기'로 만드는 제도에서 공무원에게 '책임감' 혹은 '용기'를 요구한다면 그건 국민들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닐까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의사당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가루가 유출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안전요원들은 현장 주변 인물들을 모두 격리시키고 의사당을 폐쇄합니다. 이 모든게 매뉴얼에 따라 즉시 조치가 이뤄집니다. 현직 부통령조차 아무 소리 못하고 현장 지휘자가 시키는대로 사무실에 하루 종일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사고 지휘 시스템’(ICS)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있기에 9.11테러 당시 뉴욕시 소방소장이 현장 지휘를 총괄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적어도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이라곤 전혀 없는 안전행정부가 콘트롤타워 자리에 앉아 구조자 숫자세기도 버거워하는 안쓰러운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장 공무원은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르는 나라에서 ‘공무원’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제도(혹은 시스템)와 정치를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누구 하나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정부를 성토한다는 얘길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초기는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총괄조정과 지휘를 할 수 있는 ‘지도부’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물론 이건 일개 공무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공무원을 조롱하고 비난하기는 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공무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공무원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일을 안 하는 공무원’이란 관념은 사실 공무원을 비난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합니다. 사회복지직 사례에서 보듯 대다수 공무원들은 일에 치여 삽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비난받습니다.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에겐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릅니다.



 
 공동체를 이끌어야 할 자들은 제일 먼저 탈출했습니다. 규칙을 준수했던 학생들은 비극을 당했습니다. 참사를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윗분들은 심각한 무능력과 무책임, 거기다 무신경까지 드러냈습니다. 그 중심에는 뒷짐만 지고 현장을 장악하지 못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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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사업 이대로 괜찮나] <하>

 

안행부도 모르는 국고보조사업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를 거론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게 ‘과도한 복지비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국고보조금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불편한 진실’은 지금도 연간 수십조원씩 지방으로 흘러가는 ‘토건’(토목·건설) 관련 국고보조사업이다. 그 중심에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가 있다.

▲ 2016년 완공 예정인 제2영동고속도로 동여주 나들목(IC) 주변의 공사 현장. 경기 여주시는 동여주IC가 지역 개발에 꼭 필요한 공사라며 개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 개발을 부추기는 이면에는 국고보조사업이 자리하고 있다.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가 기획재정부에 퇴짜를 맞았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일 기재부에 광특 지역계정 한도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얼마씩 배분하는지 등의 기초 자료를 요청했다. 기재부에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배분 내역과 관련 자료는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광특은 광역발전계정, 지역개발계정, 제주특별자치도계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광역계정은 소관 부처가 직접 편성, 운영하고 제주계정은 제주에 배정된다. 반면 지역계정은 시·도 자율 편성과 시·군·구 자율 편성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재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세출 한도액을 산정해 배분한다. 익명을 요구한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은 “그저 기재부가 광특 사업별로 우리한테 배분해 주면 받는다. 다른 지자체가 얼마씩 받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관련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조차도 광특 지역계정이 지역별로 어떤 기준으로 얼마씩 배분되는지 알지 못한다. 기재부에서 행정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전화해서 지역별 배분액 규모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2005년 신설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를 2010년 개편하면서 생긴 광특은 지역의 특화 발전과 광역경제권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내년부터는 지역발전특별회계로 개편될 예정이다. 광특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지역계정의 지자체별 한도액, 산정 방식, 절차, 결과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기재부가 광특을 안행부 특별교부세나 교육부 특별교부금처럼 지역을 통제하고 소관 국회 상임위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광특으로 진행되는 사업 중 제주계정 78개를 뺀 209개(2012년도 기준) 가운데 도로 관련 사업은 105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재정 규모로 보면 국비와 지방비가 약 1조 737억원과 5727억원으로 전체 국비 중에서 17.6%, 지방비 중에서 15.3%를 차지한다. 도로 관련 사업을 위한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가 따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에 왜 심각한 도로 공급 과잉이 계속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광역시 관계자는 “토건사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지역구 의원과 단체장의 로비가 집중되는 게 바로 광특”이라고 귀띔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이 투철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하는 것으로 자기 치적을 쌓으려 한다”면서 “사실 SOC 사업은 지금도 지자체 사이에서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광특 지역계정에서 자의적인 배정이 없다고 간주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로비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구조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예산안 심사 때 항상 문제가 되는 쪽지예산은 거의 다 도로건설이고 토건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쪽지예산 재원이 모두 광특은 아니겠지만 출처를 좇아가다 보면 광특과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기재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광특 지역계정은 지자체 간 재정 상황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도 드러난다. 투명성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지자체가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보다 더 많은 투자 재원을 받기도 한다. 가령 지난해 가장 많은 지역계정 교부를 받은 경기 화성시와 가장 적은 교부를 받은 경북 문경시를 비교해 보면 재정력지수는 문경이 훨씬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지자체에서 과거보다 SOC 분야 비중이 굉장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도로나 건설은 이미 과잉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일자리와 연결되는 지방재정 조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성격상 기재부는 광특 관리에서 손을 떼고 예산 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에 대해 지방채 심사와 투융자심사 등 각종 통제 장치를 시행하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향해 무리한 투자를 했다느니, 방만한 재정 운용을 했다느니 비난하는 것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불과하다”면서 “국고보조사업에서 핵심은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역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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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각종 ‘개발공약’은 십중팔구 상당액의 국비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되는 국고보조사업은 준비 부족과 도덕적 해이 등이 겹쳐 지방자치단체에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신문은 60조원에 육박하는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고민하는 기획을 3회에 걸쳐 다룬다.

 

 

▲ 31일 충남 예산군 응봉면 예당저수지 내부에서 박중수 예산군 상하수도사업소장이

상수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노후 상수관을 개량하고 이를 통합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유수율이 극히 저조함에도 지방재정이 열악해 상수관망 정비 및 유지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지자체의 수도시설 운영 효율을 증대하고 수

 

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정부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우선 문제는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지방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47개 지자체를 골라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통합운영 양해각서(MOU)를 환경부와 교환하지도 않은 채 사업 대상이 됐던 32개 지자체는 모두 사업을 포기하거나 보류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부담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보령시 등 11개 지자체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 보류했으나, 환경부가 사업비 1260억원(국비 339억원, 지방비 921억원)을 중기사업계획에 편성해 임의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국고보조율을 ‘30%±20%’로 설정한 것은 문제였다. 예산군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에 국고보조율 30%, 즉 전체 사업비의 70%를 지방에서 부담하라는 건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황석태 환경부 수도정책과장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국고보조율이라는 비판에는 공감한다”고 수긍했다. 그는 “우리도 기획재정부에 국고보조율을 50%로 높여 노후 상수관망 교체를 지원하자고 요구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을 사업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근본 취지가 정말로 주민들에게 좋은 물을 마시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어느 지방공무원의 말처럼 정당성 자체를 의심받게 만들었다. 결국 수자원공사와 예산군이 개최하려던 주민설명회는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예산군농민회, 예산참여자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상수도 민영화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군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수자원공사 배나 불리는 상수도 민영화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읍내 곳곳에 내걸렸다.

예산군 사례는 조용한 농촌 지역이 자칫 국고보조사업 때문에 허리가 휘는 모순을 드러냈다. 지자체들은 29개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956개 국고보조사업(2013년 기준)을 수행한다. 예산 규모는 1991년 2조원에서 올해는 57조원을 바라본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국고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8.0%에서 지난해 36.7%까지 늘었다. 지방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4.3%였고 지난 7년 동안 국고보조사업 전체 증가율은 8.7%인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지방비 부담은 12.5%나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2004년에 대대적인 국고보조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한 적이 있다. 국고보조사업 급증으로 인한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기준 533개(총사업액 12조 6548억원)였던 국고보조사업을 2005년부터 233개(7조 9485억원)로 축소했다. 하지만 국고보조사업은 다시 늘어났고 지자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양상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거기다 ‘분권교부세’를 실제 수요보다 적게 책정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지역별 복지수준 격차가 심각해지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은 대체로 일맥상통했다.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기준보조율을 정하고, 그나마도 일부 보조사업에 대해서만 기준보조율을 정할 뿐 나머지는 예산편성 지침 등으로 임의로 결정하는 실정이라 ‘자의성 문제’가 제기될 뿐만 아니라 국회를 통한 ‘공적 통제’가 취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사 성격의 사업에 대해서도 기준보조율이 다양하고 정률보조와 정액보조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원칙 없는 대상사업 선정, 합리성을 결여한 기준보조율, 불합리한 차등보조 방식, 중앙·지방 협의 시스템 부재”등을 지목했다.

환경부의 상수관망 최적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관련 예산이 334억원이었던 이 사업은 올해도 규모가 342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이 사업에 대해 ‘지자체 간 이해관계의 첨예화와 상수도 시설 개선을 위한 국고지원 비율이 낮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료될 전망’이라면서 “정책적 실패”라고 못 박았다. 결국 2012년 정부의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에서 ‘우수사업’으로 호평받았던 이 사업은 지난해 감사원에서 지적한 국고보조사업 낭비 사례 대표주자라는 불명예만 남긴 채 올해를 끝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릴 예정이다.


강국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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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안철수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어떻게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2014-02-25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미디어 서울

 

국회의원 안철수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새정치란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어떻게 ‘새정치’란 말인가. 2012년 대선 당시 정치개혁을 위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정당 국고보조금 감액, 중앙당 폐지를 약속하며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던 모습에서 과연 얼마나 더 새정치에 다가섰는지 의문이다.

사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적용한 지방선거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 제도 자체가 이제 걸음마를 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1991년 첫 지방선거부터 2002년 지방선거까지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이 없었다. 일천한 기초선거 역사에 비춰보면 정당공천을 통해 기초의회를 구성한 기간보다 정당공천 없이 기초의회를 구성한 기간이 더 길었다. 안철수는 정당공천 없던 기초의회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옛 시절이라고 볼 근거가 하나라도 있는지 답해야 한다.

정당공천 없는 구의회와 정당공천 있는 구의회를 모두 경험한 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무소속은 무소속인데 어느 당과 가까운 기초의원인지 서로 다 알았다고 한다. 정당 소속이라는 게 기초의원을 억압하는 통제장치가 된다는 점도 있지만, 반대로 개별 기초의원의 일탈을 제어하고 정당 간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는 게 그 분 설명이다.

안철수는 빨간 옷 입고 다니는 무소속 후보나 파란 옷 입고 다니는 무소속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나 민주당 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을까. 정당 소속인데도 기초의회가 이 모양이라면 공천 걱정 안해도 되는 기초의회는 과연 얼마나 책임감이 커지겠는가 말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가) 중앙운영위원장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송호창 소통위원장과 함께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풀뿌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훨씬 더 많이 기초의회에 진출해야 한다. 1991년 첫 지방선거에서는 당선자 전체를 통틀어 여성이 40명 뿐이었다. 비율로는 0.9%다. 1995년에는 72명(1.6%), 1998년에는 56명(1.6%), 2002년에는 77명(2.2%)에 그쳤다. 하지만 2006년 지방선거에선 여성 기초의원 당선자가 434명(15.1%)으로 급증했고 2010년에는 600명을 넘어서면서 21.6%까지 치솟았다.

여성 기초의원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비례대표제도 도입과 정당공천 덕분이다. 그건 해외사례를 살펴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자신이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여성 후보를 내세우고 ‘비례대표 여성 비율 50% 할당’을 도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여성의원 증가는 정당이라는 정치 제도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당공천을 없애고 나면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정당 공천이 그리 문제라고 주장하려면 광역 의회에 대해서는 왜 정당공천 폐지를 말하지 않는지도 묻고 싶다. 거기다 정당공천 폐지가 새정치라면 그냥 지금처럼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남을 일이지 ‘새정치연합’은 뭐하러 만들고 신당 소속으로 후보는 뭐하러 내겠다는 건지 내 머리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안철수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해산하고 모든 국회의원을 무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비례대표를 50% 수준까지 대폭 늘리는 게 풀뿌리 정치를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각 정당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발할지 경쟁하게 만드는 게 국민에게 더 이롭다. 비리 문제로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되면 원인 제공한 정당에 입후보 자체를 금지시키는 게 책임 정치를 강화하는 길이다. 정당공천 폐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당 공천을 강화하는 게 정치를 더 새롭게 하는 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그걸 요구했던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보며 ‘여의도는 비효율적인 곳’이라고 국회를 무시했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을 떠올렸다. 새누리당은 공약을 파기했고 민주당은 좌고우면한다. 새누리당은 왜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민주당은 연전연패하는지 이유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이 아닌가 싶다. 안철수는 기초에 대해서만 약속을 지키자고 한다. 문제는 ‘창조경제’가 아니라 ‘경제’인 것처럼 ‘새정치’보다는 ‘정치가 우선한다’.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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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시가 지난 5일 무상보육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뒤늦은 결정이지만 다행”이라며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1219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당초 무상보육은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무상급식에 맞불을 놓기 위해 국회 예산안심의 막판에 ‘끼워넣기’를 했다. 재원 대책은 물론이고 재정 추계도 제대로 안 한 채 졸속으로 시작한 것이 지난해 무상보육 사태의 원인이었다. 당시 정부가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려 하자 이를 가로막은 건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국고 보조 비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영유아보육·유아교육 완전국가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주체는 현 정부다. 하지만 현재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는 그동안 ‘서울시가 추경을 편성해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전국 공통 국가사무로 해야 할 사업을 갖고 서울시에 빚을 내라고 강요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제 와서 지원한다는 1219억원도 출처를 따져 보면 지난해 예산안 심의 당시 국회가 지방비 부족분 국고지원을 위한 예비비로 편성한 것에서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전에 “중앙정부에 비하면 서울시는 ‘을’(乙)이잖아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다. 최근 상황을 보면서 무상보육이 ‘밀어내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든다. 대리점은 본사 방침에 따라 ‘무상보육’이라는 신상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데, 예산은 대리점이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 부담이 너무 커져 추가 지원을 요청하니까 ‘빚을 내야’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다. 결국 버티다 못해 빚을 냈더니 “뒤늦은 결정이지만 다행”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당연히 서울시가 담당해야 할 것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중앙 정부는 결국 갑(甲) 행세를 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 눈에는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빚을 지는 건 다행이 아니라 불행한 사태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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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나라살림연구위원/ 서울신문 기자

   며칠 전 아이폰이 고장이 났습니다. 제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아이폰(그냥 핸드폰이 아니고 아이폰!)에 고장이라니. 그 자체로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배터리 부족으로 전원이 꺼진 아이폰을 충전했는데 세 시간이 지나고 네 시간이 지나도 켜지질 않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충전 자체가 안되는 일도 있다는 글도 있더군요.


아이폰 블랙아웃

   사실 저로선 휴대전화가 불통이라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편집국 내부망에 로그인할 수가 없습니다. 로그인하려면 휴대전화로 인증번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업무 마비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더 황당한 건 아이폰이 고장 났을 때 어디 가서 애프터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 막막하더라는 것이지요.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봐도 정확한 애플이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 계속 충전기를 연결해놨는데도 충전이 안 되자 새벽에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충전기를 빼놨습니다. 이걸 고치러 어디로 가나 뒤척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폰을 켜보니 에구머니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만 켜지는 겁니다.


   그렇게 제 나름 ‘블랙아웃’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사태 원인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저는 여전히 아이폰 잘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딜 찾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출구도 없고 퇴로도 없는 상황에서 제가 느껴야 했던 당황스러움과 막막함은 잊히질 않습니다.


터널이론 

   ‘터널 이론’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터널 한가운데에서 길이 막힙니다. 차 안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교통체증이려니’ 생각하면서 길이 뚫리길 차분히 기다립니다. 그렇게 모두 조금씩 참으며 터널을 빠져나갑니다. 여기까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 차선은 차들이 꼼짝도 않는데 옆 차선은 차들이 쭉쭉 빠져나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처음엔 ‘우리 차선도 곧 뚫리겠지’하며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인내심은 바닥나고 끼어들기를 시도하겠지요. 그렇게 터널 안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터널 이론’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공동체 정신을 파탄 낼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합니다(사회붕괴의 징조). 사회가 유지되려면 옆 차선보다는 느리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자기 차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면, 다시 말해 ‘출구’가 없으면 교통규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Alexandre Breveglieri (CC BY)



복지정책의 출발점

   복지정책이란 게 처음 시작은 출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되지 않도록 말이죠.


   복지는 곧 시혜이고, 남는 밥 던져주는 ‘잔여’였지요. 복지가 ‘시민권’이 되고, 인권이 되고, 국가의 의무가 된 것은 대략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투쟁 끝에 정치권력을 쟁취하고 나서부터겠지요. 한국은 여전히 ‘복지=적선’이란 인식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차관이라는 사람이 ‘이건희 손자가 무상보육 혜택 받는 게 공정사회에 부합하느냐’는 말이 큰 호응을 얻습니다.


   이건희 손자가 복지 혜택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뒤집어보면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게을러지지 않도록, 죽으라 일하도록, 딱 굶지 않을 만큼만 해주는 게 곧 복지라는 것이겠지요.


   물론 요새 무상급식 반대하고 무상보육 반대하는 분들이 쓰는 논리는 10여 년 전에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반대 논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결과로, 진주의료원 환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었습니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중산층도 자주 이용하는 병원이었더라도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불쾌한) 홍모씨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해산시켰을까요? (위기에 빠진 공공의료)


이건희에게 기초연금을! 이건희 손자에게 무상급식을!

   이건희 손자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예. 저는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희 손자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무상의료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희도 기초연금을 받아야 합니다. (기초연금 둘러싼 논란은 여기 국민행복연금 도입과정에서 사라져버린 핵심 세 가지)


   이건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마을잔치를 위해 쌀이나 돈을 추렴할 때는 각자 형편에 따라 쌀과 돈을 내놓지만, 잔칫상은 똑같이 나눠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보편복지를 위한 보편증세)


   이건희 손자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되면 복지 서비스도 그에 맞춰 최소한 ‘격’이 올라갈 테니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공공병원이 아니라 삼성병원 같은 공공병원이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상상만 해도 유쾌합니다.


   이건희 손자들이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식판에 같은 반찬으로 무상급식을 받는다면 그들은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특권의식이 아니라 ‘우린 같은 밥을 먹는다’는 공동체 의식을 교육받을 수 있을 테고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건강한 시민이 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세 번째 이유입니다.


   세금 얘기만 나오면 ‘뜯기는 것’으로 생각하며 발작증세를 보이는 분들도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무상급식을 먹던 추억’을 간직하며 ‘그게 다 우리 아버지가 세금을 더 낸 덕분’이라고 떠올린다면 발작증세도 없어지고 부자지간에 사이도 더 좋아지겠죠. 무엇보다도 머지않아 ‘우리 반에서 우리 아빠가 돈 제일 많이 번다’가 아니라 ‘우리 아빠가 우리 반에서 세금 제일 많이 낸다’는 걸 자랑으로 삼는 훈훈한 광경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러려면 세금달력도 필요하겠지)


   출구가 없는 사회는 붕괴 위험에 직면한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구를 만들어 줘서 내가 서 있는 차선도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적절한 교통 조치를 통해 차선 간 불균형을 해소해주면 자연스레 양보운전도 하고 사고위험도 줄어들겠지요. 그렇게 다 함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불나면 다 죽습니다.

 


자작나무(www.betulo.co.kr)가 슬로우뉴스(http://slownews.kr/11682)에 기고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Posted by 자작나무숲

강국진 기자/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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