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공공의료를 다시 생각한다

강국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신문기자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올림픽 개막식장에선 간호사 600명이 침대 수백대를 끌고 나온게 화제가 됐다우리나라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를 형상화한 공연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부터 시행된 이 무상의료 제도를 영국인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사회복지전문가들을 고무시킨 런던올림픽 개막식)


 이런 NHS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 발간됐다. NHS 산하 보건위원회가 2년이 넘는 조사를 거쳐 발표한 이 보고서는 스태퍼드 병원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최대 1200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경영진과 의료진의 직무유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보고서의 한 대목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병원 직원이 모자라는 참에 간호사를 줄인 것을 보면 병원 이사회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다... 병원 이사회 기록을 보면온통 인력감축으로 인한 경제효과 얘기만 있다.”(영국 무상의료가 정말 1200명을 죽였을까)


 



홍준표는 반봉건투쟁 중?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힐 당시 만성 적자와 부채 등 경영상 이유를 내걸었다반발이 거세지자 3월 18일에는 진주의료원은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라며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여기) 하지만 그는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2008년부터 6년째 임금이 동결됐고 지난해 9월부터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점은 외면했다.(사정은 비슷해도 해법은 너무 다른 '홍준표 vs 김문수')


홍준표는 진주의료원을 살리려면 매년 70억원씩 발생하는 손실도 보전해줘야 한다고 언급하고 대신 매년 50억원을 편성해 이를 서부경남 의료 낙후 지역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진주의료원 시설 투자비는 한 푼도 없었다거기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은 경남 서부지역에선 진주의료원이 수행하던 특화된 기능을 대체할만한 시스템이 없다며 심각한 의료공백 사태를 우려했다홍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


 재정적자만 놓고 보더라도 홍준표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경남도 재정공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경남도 지방채무는 1조 5226억원이었다경남도는 2011년 발행한 지역개발채권 2477억원과 상환·소멸한 1883억원의 차액 594억원이 지방 채무 증가액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같은 해 진주의료원의 당기순손실은 63억원이었다경남도에서 지역 개발 사업을 하느라 늘어난 채무는 진주의료원 적자보다 10배가량 더 많은 셈이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진주의료원 등 상당수가 적잖은 적자를 안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적자는 656억원부채 규모는 5140억원이나 된다당기손손익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곳은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 등 7곳 뿐이었다진주의료원은 적자 63억원부채 253억원으로 서울과 부산에 이어 가장 재정상태가 나빴다.


 문제는 원인이다지방의료원 적자 가운데 대부분은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2011년 발표한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익기능에 따른 비용이 저수익 필수 진료과 운영 9억원 저수익 필수 의료시설 운영 15억원 의료급여 진료비 차액 4억원 지역보건 프로그램 운영 3억원 등으로 의료원당 평균 30억원이 넘었다.


 한국 의료제도는 NHS에 한참 못미친다하지만 NHS에 비할 바 없이 시장 패러다임이 막강하다공공병원 병상수 비중은 OECD 평균이 75%, 미국이 25.8%인 반면 한국은 10.4%에 불과하다불필요한 척추수술이나 무릎수술갑상선 초음파 등 과잉진료가 일반화돼 있다.(우석균_ 공공병원, 최소한 사회안전망... 적자 탓 폐쇄 안돼)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힘겹게 적정진료로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민간병원은 물론이고 국립 서울대병원조차 환자 격리병원 지정에 반발한 가운데 정부정책을 수행한 곳은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이었다.(정부, 공공의료 대책 있나)


지방의료원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은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과 지역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의료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의료기관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국립(대학)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로 이어지는 공공의료체계에서 2차 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지방의료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응급의료나 감염병 대처 등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하는 반면 민간병원 처럼 이익을 남기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지방의료원 진료비는 규모가 같은 민간병원에 비해 입원 진료비는 71% 수준외래 진료비는 74% 수준이다더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는 시설과 장비 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의료원 부채로 계산한다적자는 필연적이다.(공공의료 위한 '건강한 적자' 폐업이 아닌 지원이 해답,  공공의료, 건강한 적자-나쁜 적자 구분해야)


 지방의료원에 대한 경상비 보조가 갈수록 낮아져 의료원에 고용된 인력의 근로조건이 낮아지고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지는 것도 적자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12곳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통합진보당 의원 김미희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국 지방의료원 실태조사보고서에서 2012년 7월말 기준 임금체불액이 152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진주의료원 직원 1인당 체불임금은 936만원이나 됐다이런 조건에선 의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의료인력이 없는데 환자가 몰릴 리가 없다한마디로 악순환이다.



  이런 기관에게 민간병원에 적용하는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하지만 홍준표 뿐 아니라 정부 역시 부채와 적자경영상 어려움” 등을 거론했다. “강도높은 경영개선안 시행과 폐업이라는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애초에 적용 불가능한 잣대를 바탕으로 위기라고 규정한 뒤 그걸 근거로 폐업 결정을 내린 셈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진주의료원에 대해 D등급으로 평가하면서 혁신필요형으로 분류했다이는 진료과 운영 효율화지자체 경영쇄신안 마련 등 강도 높은 경영개선안을 우선 시행하라는 의미였다문제는 복지부가 경영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자칫 공공의료 취지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지방의료원 운영진단은 2011년까지는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담당했지만 지난해 운영진단은 삼일회계법인이 담당했다.


정부는 지방의료원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정기적인 운영진단을 통해 단기 순익을 평가하고 적자가 많은 지방의료원에는 경영개선을 요구한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지방의료원장은 해고까지 각오해야 한다.(나백주_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


복지부 평가결과에 대해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수익성과 비용환자수자산과 부채만 고려한 뒤 단기 개선책만 요구한다며 반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하지만 복지부나 경남도 앞에서는 지방의료원 운영에 따른 비용을 적자가 아니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외침이 대답없는 메이리일 뿐이다.

 

생명과 수익’, 병원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안은 없는 것일까수익을 위해 지방의료원은 공공성과 수익 사이에서 길을 잃어가고 있다일부 지방의료원에선 의사성과급과 연봉제까지 도입했다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게 해서 경영성과를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공공병원 특성상 성과는 나지 않고 의사들의 자긍심만 떨어뜨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성과급제를 도입한 공공병원 의사들의 근속연수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더구나 일부 지자체에선 단체장이 자기 인맥을 지방의료원장에 낙하산으로 임명해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정형준_ 국내 공공병원 비중 OECD 평균 10%선, 수익성에만 집착 의료공공성 외면 안돼)


 우석균은 공공의료가 위기라면 그것은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받쳐주지 못하는 제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공공의료 확대를 내걸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공공병상 30% 확보 등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특히 그는 국립대가 인력과 교육장비 등을 지방의료원에 지원하는 공공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면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전화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임)


다행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어려운 지방의료원을 살리고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곳이 있다이 과정에서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대안 모델도 만들어 가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서울시다서울시는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서울의료원에 지난해 173억원올해 187억원을 지원했다.


1월부터는 전체 623개 병상 가운데 29%인 180개 병상을 보호자 없는 병원인 환자안심병동으로 전환했다서울시에서 별도로 36억원을 지원해 간호사도 대폭 충원했다서울의료원 역시 2011년 149억원에 이르는 당기손순실을 기록했고 누적적자가 315억원이나 됐다서울시에 따르면 시설 확충과 환자안심병동 등으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36억원이 만들어가는 기적, 환자안심병원)



 경기도의 6개 지방의료원은 지난해 부채가 모두 442억원이었고 의료 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도 88%나 된다인건비가 80%를 넘고 지난해 부채가 280억원 이상이라는 진주의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경기도지사 김문수 역시 홍준표처럼 강성 노조를 문제 삼는다하지만 김문수는 도내 6개 의료원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경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홍준표와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김문수는 2006년 취임 이후 지방의료원 신축리모델링 등에 836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부터 2018년까지 1363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사정은 비슷해도 해법은 너무 다른 '홍준표 vs 김문수') 


 강원도는 지난해 12월 도의회가 매각이전폐쇄 등의 고강도 대책을 요구하며 예산안 심의를 조건부 거부하기로 했을 정도로 5개 지방의료원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했다한 도의원이 의료원은 백약이 무효라고 말할 정도였다이에 대해 강원도지사 최문순은 위탁이나 매각은 없다고 선을 긋는 한편 지난해 경영개선자금 50억원을 지원하는 등 투자를 늘렸다. 2011년 91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44억원으로 50% 이상 줄었다.


   특히 강릉의료원은 인공관절 특성화사업에 집중하면서 전체 119개 병상 가동률이 90%를 넘는 등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지난달 도의회는 의료원 관련 추경예산 37억원을 통과시켰다.(강원 5개 의료원 처리 충돌  최문순 지사 "도립의료원 꼭 살린다"  강릉의료원 건강회복중)


【 2011년 부채 및 당기순손익 현황 

(단위 백만원)

시도

구 분

부 채

2011년도

당기순손익

서울

서울(분원)

31,477

14,911

부산

부산

36,849

3,237

대구

대구

19,261

755

인천

인천(분원)

19,848

2,258

경기

수원

8,413

1,953

의정부

11,853

3,460

안성

6,114

1,293

이천

5,556

1,464

파주

10,230

2,827

포천

13,651

2,390

강원

원주

20,602

1,235

강릉

17,361

1,915

속초

17,550

2,526

영월

8,858

1,831

삼척

18,692

1,635

충북

청주

18,501

149

충주

7,136

638

충남

천안

12,018

2,948

공주

18,793

1,499

홍성

11,362

1,112

서산

9,985

219

전북

군산

41,601

4,901

남원

24,691

937

전남

순천

8,803

1,431

강진

10,546

1,491

목포

8,281

696

경북

포항

5,366

316

안동

6,988

826

김천

14,472

1,048

울진

2,726

129

경남

마산

16,263

847

진주(분원)

25,290

6,277

제주

제주

6,453

127

서귀포

18,426

1,521

총계

514,016

65,550

음영처리된 의료원은 2011년도 당기순손익 흑자 의료원(총 7개소)

출처보건복지부, ‘2012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및 운영진단 결과

 

이 글은 2013년 5월30일자, 5월31일자, 6월1일자 세 차례에 걸쳐 연재했던 '위기의 공공외교' 연재기획기사를 일부 수정 보완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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