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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0 턴키방식 관급공사, 대기업 잔칫상

턴키방식의 관급공사, 대기업들의 잔칫상이 되다

- 기획재정부 <턴키입찰제도 개선방안 연구>, 2012. 리뷰 -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도로나 항만, 환경시설을 만드는 공공건설은 대규모 공사발주가 수반된다. 이런 SOC 투자의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공공계약의 방식일 수 밖에 없다. 이를 입찰제도라고 하는데, 이 제도는 크게 설계시공 분리입찰 방식과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입찰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공공사에서 사용되고 건설기간이 길거나 규모가 큰 사업의 경우에는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일괄입찰 방식이 적용된다. 이는 설계와 시공을 분리할 경우 공사시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일괄입찰 방식을 ‘턴키' 방식이라고 한다.

 

턴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공사는 계약이 체결되면 나중에 완성품의 열쇠를 건네는 데까지 모든 책임을 지고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즉, 발주자는 전체 총액만 입찰과정을 통해서 결정하고 실제 설계와 시공까지는 낙찰받은 사업자가 일괄하여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턴키 방식의 낙찰방식은 몇 가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명목상 턴키 방식이지만 계약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E/C라고 불리는 물가상승률에 따른 단가보정이 있고, 시공과정에서 나타나는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사업비가 증가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일괄입찰을 하다보니 사업규모가 클 수 밖에 없어서 대부분 대기업들이 독식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4대강 공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규모 관급 공사는 10대 건설사들이 대부분 서로 순서를 맞추어 나눠 낙찰받는 관행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건설공사에 턴키방식의 낙찰제도보다는 최저가 낙찰제로 하고 왠만하면 중소 시공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대기업 중심의 건설공사 거품을 제거하자는 제안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주하고 한국개발연구원이 수행한 <턴키입찰베도 개선방안 연구>(2012.10)을 보면 시민사회가 그동안 지적해온 턴키입찰 방식의 문제점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에서 발주한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낙찰방식에 따라 낙착률의 편차가 23%나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최저가 낙찰제의 방식을 할 경우에는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이 63.73%에 불과했지만, 턴키 낙찰방식을 할 경우에는 낙찰률이 86.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동일한 턴키 방식이라 하더라도 표준편차가 다른 낙찰방식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턴키 방식의 낙찰제도에 자의성이 끼여들 여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비효율성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종합시공능력 평가 10대 기업의 경우에는 턴키 방식의 사업에서 81.8%의 낙착 비율을 보였다. 사실상 상위 10개 기업이 턴키 사업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최저가 낙찰제도의 경우에는 1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공공건설의 낙찰 방식이 중소기업 중심의 최저가 낙찰제도와 대형 건설사 중심의 턴키 낙찰 방식으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양한 관급공사가 사실상 10대 기업에게 제도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건설분야 담합 내역을 보면, 대부분이 공공성이 매우 강한 SOC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에서 벌어진 행태인데, 현대건설 등 15개 건설사가 서로 순서를 정해서 공구별로 낙찰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밀어주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점에서 보면 뒤늦게라도 기획재정부가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서 턴키 낙찰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성이 높다. 하지만 정책 대안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많아 아쉽다.

 

해당 보고서는 이런 턴키계약방식의 대안으로 1.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2. 낙찰평가시 가격부문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3. 설계평가를 이원화해서 배심원제도 등을 운영하며 4.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원인자 부담 평가위원 포상금 제도를 제안한다.

 

이런 대안들은 현행 턴키 낙찰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대안이기 때문에 턴키계약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포상금 방식의 인센티브 방식으로는 비공식적인 인센티브가 더욱 클 경우 전혀 제도적 유인으로 작동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즉, 턴키 낙찰방식에서 부당행위에 가담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담합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상회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히려 턴키낙찰의 대안을 고민한다면 패널티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즉 입찰 배제와 같이 강력한 제재수단이 전제되어야지 시장 행위자들을 규율할 수 있다. 또한 평가 제도의 합리성을 강화하는 것 역시, 사후적인 조치여서 입찰자들이 담합하여 제시한 금액 내에서만 평가할 수 있을 뿐이다. 즉,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아무래도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혈세 낭비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입장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서 위축받게되는 건설사의 처지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듯 한데 이는 아예 대형공사에서 턴키 자체를 배제한 서울시만도 못한 제도개선안이다. 문제점은 풍성한데 대안은 빈약한 보고서다.

 

 

Posted by flashfresh